비록 인터넷에 장악된 시대라지만, 한밤 라디오 음악 프로는 여전히 이 시대의 독특한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많은 이들에게 정서적으로 큰 의미를 가진다.
극단 연우무대의 ‘내일은 천국에서’는 어느 방송의 클래식 프로그램을 만드는 다섯 명의 인물이 그려내는 풍경을 통해 우리 시대의 감정 소통과 사랑법을 보여 준다. ‘오페라 산책’이라는 프로의 DJ 정혜은, 애청자 김진호, 담당 PD 주성보, 한물 간 성우 이민성, 주 PD의 딸 묘경 등 5명은 클래식 선율의 흐름에 따라 각각의 이야기를 하나씩 풀어 놓는다.
극의 흐름을 이끄는 것은 갖가지 소리들. 마스카니의 오페라 ‘카발레리아 루스티카나’ 의 유명한 전주곡이나 리햐르트 슈트라우스의 ‘살로메’ 등 오페라 아리아의 선율들이 곳곳에 모자이크 된다. 틈틈이 현대인의 생활에서 빠지지 않는 음향도 등장해 현실감을 더한다. “메시지 전송은 1번, 연락 번호를 남기시려면…”, 혹은 휴대폰 착신음 “자기야, 전화 받어~” 까지.
거울을 이용해 객석에 독특한 시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것 또한 특징. 무대 뒷편 벽면에 대형 거울들을 서로 다른 각도로 설치, 일단 퇴장한 배우들의 움직임도 지켜볼 수 있다. 따라서 객석은 여러 개의 CCTV를 실시간으로 지켜보는 듯한 착시 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 안경모 작ㆍ연출, 김세동 백지원 유인수 등 출연. 11일~6월4일 연우소극장. 화~금 오후 8시, 토ㆍ일 3시 6시. (02)762-0010
장병욱 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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