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건 전 총리가 4일 전남대 특강을 위해 광주를 방문했다. 지난해부터 전국 순회 대학 특강을 시작했지만, 이날의 광주 행은 남다른 시선을 모았다. 5ㆍ31 지방선거 득표전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여당 일각에서 민주개혁세력 통합론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고 전 총리는 정치적 발언을 자제했으나, 그가 민감한 시기에 범 여권의 본거지인 광주를 찾았다는 것 자체가 정치적 해석과 반향을 부르기에 충분했다.
고 전 총리는 먼저 망월동 5ㆍ18 국립묘역과 광주학생독립운동기념탑에 참배했다. 여기에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지지자, 고 전 총리를 지지하는 ‘한국과 미래를 준비하는 모임’ 및 고 전 총리 팬 클럽인 우민회 회원 등 500여명이 함께 했다. 또 우리당 조영택 광주시장 후보는 오전 내내 고 전 총리와 동행했고, 일부 지방선거 출마자는 그와 사진을 찍기 위해 한꺼번에 몰려 혼잡을 빚어 고 전 총리의 영향력을 실감케 했다.
고 전 총리는 기자간담회에서 지방선거 엄정 중립을 강조했다. 그는 “지방선거의 개입이나 선거전략 차원의 연대는 생각해 본 일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향후 정치일정에 대해선 “구상을 가다듬고 있으며 적절한 시점에 밝히겠다”며 “정파를 초월한 중도 개혁 실용 세력들의 통합이 필요하다”고 예의 민주개혁세력 통합론을 거듭 주장했다.
고 전 총리는 오후 전남대 특강에선 광주ㆍ전남과의 인연 소개에 무게를 두었다. 고 전 총리는 1970년대 전남지사 재직시절 기억과 함께 80년 5ㆍ17 비상계엄 전국 확대조치에 반대해 청와대 정무수석직을 사임한 경위 등을 소개할 때 많은 박수를 받았다.
한편 고 전 총리는 3일 종로구 연지동 사무실에서 민주당 박주선 서울시장 후보를 만난 데 이어 우리당 강금실, 한나라당 오세훈 서울시장 후보를 잇달아 면담할 계획이다.
고 전 총리는 “전임 서울시장으로서 시정 구상에 참고가 될 이야기를 해주기 위해 면담에 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 전 총리는 박 후보에게 “남산에 올라서서 서울시 전체를 내려다보면 서울시에 대한 구상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훈수를 뒀다.
염영남 기자 libert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