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연일 중국 대륙에서 날아오는 황사 때문에 기침은 콜록콜록, 눈물은 찔끔찔끔, 거기에 시원섭섭한 재채기까지, 정말이지 죄 없는 ‘눈코입’을 보기 민망할 정도다. ‘누런 모래’ 황사 얘기가 나온 김에 오늘은 중국의 ‘누런 강’ 황하(黃河)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
●벌목·난개발로 토사유실 강물 덮쳐
황하는 경부고속도로를 6.5회 왕복하는 거리인 총 길이 5,464㎞에 이르는 중국 4대 하천의 하나다. 하지만 황하가 이름처럼 ‘누렇게 흘러가는 강’인 것은 맞지만, 처음부터 그런 빛깔이었던 것은 아니다.
황하는 중국 서부지역 바얀하르 산맥의 맑디맑은 샘물에서 발원한다. 그러나 강물이 누렇게 변한 데는 그만한 사연이 있다. 황하 유역은 말이 좋아 중화문명의 발원지이지 실은 인간이 그 유역에 오랜 기간 거주하며 벌목과 난개발을 거듭해 대량의 토사 유실이 발생했고, 이때 흘러 들어간 황토가 강물을 온통 누런 흙탕물로 만들었다.
그런 연유로 황하는 지난 2,000여년 간 1,500여 차례나 강둑이 터졌고, 1938년에는 한 해 동안 89만명의 목숨을 앗아가기도 했다. 그 무엇을 탓하겠는가. 자연은 받은 대로 갚는 법이라는 것을 황하는 보여준다.
그래서 최근 방영된 KBS1 TV ‘TV, 책을 말하다’의 ‘에코토이, 지구를 인터뷰하다’ 편은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방송에서 세 젊은 프랑스 청년은 1초마다 축구장 만한 숲을 잃어버리고 있는 아마존의 슬픔을 호소했다. 또 지구 온실가스의 36%를 배출하는 미국이 먼저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뼈있는 지적도 덧붙였다.
반면 아프리카의 빈국으로만 알려져 있는 세네갈의 전 국민적 운동인 세트세탈(주변환경을 깨끗하게 만들기)을 소개하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했다.
특히 나의 관심을 끈 대목은 내 조국인 중국의 올림픽 준비를 조망한 부분이었다. 카메라는 중국에서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을 겨냥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대적인 공사 현장을 비추었다.
방송을 보며 저 공사장의 먼지가, 아니 저들이 없애버린 산림과 그로 인해 더 넓어졌을 사막에서 일어난 모래바람이 오늘 나의 눈, 코, 입을 그토록 괴롭혔던 황사였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중국 정부가 이번 올림픽을 계기로 더 이상 국토를 개발논리로 황폐하게 만들 것이 아니라 환경보호에도 관심을 기울이기를 애타게 바라는 마음이었다.
●지구촌'제2·제3의 황하' 더없게
누군가는 중국 베이징(北京)에 있는 나비의 날갯짓이 다음 달 미국 뉴욕에서 폭풍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했다. 지구상 어디에서인가 일어난 조그만 변화로 인해 예측할 수 없는 날씨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는 ‘나비효과’이다.
양쯔강과 한강이 그리고 더 많은 하천들이 또 다른 황하가 되기 전에, 1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 분리수거를 열심히 하는 등 생활의 작은 부분부터 환경친화적인 습관을 키워나간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의 자녀들이 영위할 지구는 훨씬 더 아름다워지지 않을까.
추이진단ㆍ대진대 교양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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