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택 미군기지 공사를 가로막던 시민단체와 농민들을 결국 정부가 공권력으로 강제 해산시켰다. 대추리 분교를 점거한 외부세력과 주민 1,000여명을 경찰 1만 3,000명이 해산하는 과정에서 일부 격렬한 저항과 충돌에도 불구하고 큰 불상사는 없었다니 다행이다.
특히 기지주변 철조망 설치에 동원된 군병력이 주민들과 맞부딪치지 않은 것은 민ㆍ군 관계를 위해 더 없이 잘한 일이다. 공권력 투입을 반길 일은 아니지만, 어려운 상황을 큰 탈없이 수습하기까지 애쓴 것을 평가한다.
그러나 우리는 국책사업을 마냥 미룰 수 없더라도 삶의 터전에 집착하는 농민의 처지는 끝까지 돌봐야 한다고 믿는다. 아무리 국가적으로 긴요하고 적법절차를 거쳤더라도 국민 다수의 이익을 위해 소수의 권익을 침해하는 것을 절대적 선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국가안보라는 공동선을 위해 농지를 수용한 이후 불법ㆍ폭력적 저항에는 부득이 공권력으로 맞섰지만, 애초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제약하는 것은 안타깝게 생각해야 옳다.
따라서 정부와 군은 주민 설득에 정성을 다했는지 반성해야 한다. 미군 철수를 외치는 외부세력의 정치투쟁판이 된 상황에서 숱한 대화 시도가 쓸모없었다고 하지만, 국민이 공감하지 않는 극렬세력의 개입을 빌미로 대화에 소홀한 모습이 거듭 지적됐다.
농민 대표들이 보상비로 몇 십억원을 받을 ‘백만장자’인데도 생존권을 떠든다고 비난한 것이 상징적이다. 왜곡된 논리로 이주거부 농민의 진정성을 부정하는 것은 도리에 어긋난다.
큰 고비는 넘겼으나 평택 미군기지를 둘러싼 분란은 계속될 것이다. 정부와 군은 대규모 군사작전을 방불케 한 강제 해산에 성공한 것에 행여 들뜨지 말고, 대화와 설득에 한층 더 힘을 쏟기 바란다.
언론과 사회 일부에서 이주거부 농민과 기지반대 시위대를 적대시하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우리보다 강력한 미국의 동맹국인 영국 일본에서도 미군기지 논란은 끊이지 않는다. 사회적 갈등을 슬기롭게 해결하는 길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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