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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추태보다 더 심각한 몰래 카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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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추태보다 더 심각한 몰래 카메라

입력
2006.05.04 2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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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박계동 의원의 술자리 동영상이 유포되면서 정치ㆍ사회적으로 논란이 일고 있다. 정치적 모임을 굳이 여성이 술 접대를 하는 곳에서 가져야 했느냐는 장소의 부적절성과 함께 공인, 그것도 현역 국회의원으로서 품위 잃은 행동을 했다는 점에서 박 의원에게 변명의 여지는 별로 없어 보인다.

더구나 같은 당 최연희 의원의 성추행이 크게 문제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시점에서 이런 일이 또 발생했다는 것은 정치인들의 성의식이 여전히 변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간의 비난을 박 의원이 감수하고 겸허히 반성해야 함은 그래서 당연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히 해둘 것은 정치인의 무딘 성의식이나 도덕성, 정치문화의 퇴폐성만이 이번 일의 본질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개인 사생활에 대한 무차별적 침해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이 더 중대한 문제다.

엄밀히 따져 박 의원의 행위는 최연희 의원의 경우와 달리 법적으로 문제가 될 만한 것은 아니나, 이를 은밀히 촬영해 인터넷이란 개방공간에 올리고 이를 무분별하게 퍼뜨린 행위는 심각한 명예훼손이자 명백한 실정법 위반이다. 말하자면 사안의 경중에 분명 차이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박 의원의 비도적적 행위에만 초점을 맞추고, 이를 몰래 카메라로 촬영해 유포하는 행위를 간과하는 것은 우리 모두가 언제 어디서든 무차별적 감시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이나 한국여성단체연합 등이 박 의원에 대한 비난성명을 내면서 이 대목을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은 이런 점에서 적절치 않다.

무한한 정보접근을 통한 사회 감시기능의 확대와 프라이버시 침해위험은 인터넷 문화가 가진 양날의 칼이다. 이와 관련해 수사기관이나 법원이 도·감청 등 불법적 수단으로 수집된 내용을 증거에서 배제하고 있는 취지도 곰곰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에 대한 흐린 경계의식이야말로 급속히 정보사회화 하는 우리 현실에서 가장 우려해야 할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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