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 대통령은 3일 청와대 비서실 개편을 단행, 문재인 민정수석 후임에 전해철(全海澈) 민정비서관, 김완기 인사수석 후임에 박남춘(朴南春) 인사관리비서관을 각각 임명했다. 황인성 시민사회수석 후임에는 이정호(李貞浩) 제도개선비서관이 발탁됐다.
공석 중이었던 혁신관리수석과 정보과학기술보좌관에는 차의환(車義煥) 혁신관리비서관과 김선화(金璿和) 순천향대 신소재공학과 교수를 각각 임명했다.
이번 개편은 우선 세대교체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왕수석’으로 불려온 53세의 문재인 민정수석, 62세의 김완기 인사수석 등이 물러나고 그 자리에 40대가 발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이상의 의미가 함축돼 있다. 단순히 연령적으로 젊어진 측면 외에 신임 수석들이 노무현 대통령과 아주 깊은 인연을 갖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대목이다. 그래서 ‘젊은 친위그룹의 전진 배치’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정호 시민사회수석은 노 대통령의 ‘오른팔’로 통했던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의 처남이고, 차의환 혁신수석은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동기 동창이다. 박남춘 인사수석은 노 대통령이 해양수산부장관으로 재직할 때 총무과장으로 보좌한 인연을 갖고 있다.
전해철 민정수석은 천정배 법무장관이 창립한 법무법인 해마루 출신의 변호사로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희정씨 변호를 맡은 적이 있다. 물론 전해철 수석은 청와대 내에서 ‘낭중지추(囊中之錐ㆍ주머니 속의 송곳)’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능력있는 인물이지만 새로 기용된 다른 수석들은 인연만큼이나 능력을 평가 받는 것은 아니다.
노 대통령이 ‘연줄 인사’라는 지적을 감수하면서도 이들을 발탁한 데는 지방선거 이후를 대비한 포석이 자리잡고 있다. 지방선거 후에는 당청갈등, 이합집산 등 정치권 전체가 요동칠 수 있다. 그런 상황이 전개된다면, 노 대통령은 호흡을 같이하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참모진이 필요할 것이다. 신임 수석들은 대통령의 국정 철학과 의중을 꿰뚫고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선거 이후의 진용으로 적합한 것이다.
최근 노 대통령은 초당적 국정운영과 ‘정치적 홀로서기’를 지향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선거 이후 노 대통령이 이런 선택을 한다면, 여권 내부의 긴장을 불러일으키고 긴박한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 그 때 자신의 결단을 뒷받침할 수 있는 참모진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노 대통령이 여당에 ‘대승적 양보론’을 제기한 직후에 이루어진 개편이라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지방선거 이후의 내각개편을 염두에 둔 측면도 일부 있는 듯 하다. 문재인 수석은 적정한 시점에 내각이나 청와대로 복귀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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