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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황룡사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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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황룡사 복원

입력
2006.05.0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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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고인돌의 나라다. 놀랍게도 전세계 고인돌 5만기 중 60% 정도가 한반도에 흩어져 있다. 자그마한 한반도에 거석(巨石)문화의 상징이 집중돼 있는 사실에는 역사의 비밀이 숨어 있을 것이다.

거대한 현대적 설치미술 같은 고인돌을 만들려면 많은 인력이 동원돼야 한다. 이는 우리가 일찍부터 강력한 권력을 중심으로 선진문명을 이뤄왔으며, 타민족보다 영혼숭배사상도 강했다는 의미로 해석되고 있다. 강화ㆍ화순ㆍ고창의 고인돌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 피라미드는 시각적으로 존재의 다른 차원을 상기시켜 준다고 한다. 우리의 많은 고인돌이 역시, 우리 문화가 섬세할 뿐더러 우람하고 잔망스럽지 않았다는 또 다른 자부심을 준다.

성곽을 제외하면 우리의 가장 거대한 유적의 흔적은 경주 황룡사일 것이다. 황룡사는 1970년대의 발굴에서 금동불입상 등 유물 4만여 점과 함께 높이 182㎝에 이르는 대형 치미의 모습을 드러냈다. 지붕 용마루 끝의 장식물인 치미가 이렇게 클진대, 건물은 또한 얼마나 웅장했을 것인가. 당시 기사를 읽고 장엄한 상상으로 일순 숨이 막히는 것 같았다.

▦ 한반도 최대 거찰 황룡사는 신라 진흥왕 때부터 선덕여왕 때까지 93년에 걸쳐 조성됐다. 신라 멸망 후에도 고려 왕실의 많은 숭상과 보호를 받다가, 고종 때 몽골군의 침략으로 불타 사라졌다. 지금 그 터는 하나의 큰 마을 만한데, 하이라이트는 9층 목탑이었다. 경주 먼 곳에서도 바라보이던 80m의 거대한 탑은 신라ㆍ고려인의 긍지였고, 피라미드처럼 의식을 고양시켜 주는 높은 지향점이었다.

▦ 최근 정부가 학술대회를 통해 황룡사 복원을 위한 첫 발을 내딛었다. 반가움으로 조바심이 날 정도다. 그러나 복원에 대한 미묘한 입장 차가 드러났다. 목탑 등 건축양식에 대한 구체적 자료가 없는 까닭이다. 목탑이 기필코 중창돼야 한다는 입장과, 완벽한 증거가 있어야 복원한다는 반대 사이의 ‘이유 있는 갈등’이다.

100년 가까이 걸려 절이 완성됐듯이 복원도 신중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발굴될 기약도 없는 1,400년 전의 건축자료를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 것인가. 지금의 현장과 문헌을 바탕으로 신중하게 복원을 시작했으면 한다. 조바심 때문이 아니라 새 자료 발굴 가능성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박래부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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