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우리나라 상위 5대 그룹의 핵심 계열사가 해외 현지법인에 지급보증을 서 준 액수가 최근 5년간 규모로는 2조3,000억원, 비율로는 5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해외 투자사업의 성패가 국내에 기반을 둔 모기업의 경영에 미치는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3일 관련 기업과 금융계에 따르면 최근 정몽구 회장 구속으로 해외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는 현대자동차의 경우 2000년말 3,694억원에 머물렀던 해외 법인에 대한 현대차 본사의 지급보증 금액이 지난해 말에는 2조385억원으로 6배 이상 늘어났다. 지난해말 현재 현대차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HMMA)에 6,837억원, 특장제품 해외판매 법인(HMFC)에 5,875억원 등의 보증을 서 주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LG전자의 경우도 2003년 1조5,896억원이던 해외 지급보증 규모가 2005년말에는 2조1,483억원으로 증가했다. 포스코의 지급보증 규모도 2000년 5,508억원에서 2005년에는 7,639억원으로 40% 가까이 늘어났다.
2000년 이전부터 해외영업에 나선 삼성전자와 SK㈜의 경우는 지급보증 규모가 증가하지는 않았으나, 2005년말 현재 각각 1조9,297억원(한도기준)과 1,128억원의 보증을 제공하고 있다. 해외 채무보증이 급증한 것은 현재 공정거래법상 국내 계열사에 대해서는 채무보증이 금지되지만, 해외법인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해당 기업이 해외 공장을 건설하면서, 투자액 가운데 30%만 자체 자금으로 충당하고 나머지 70% 가량은 현지 금융기관에서 차입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외환위기 이전 재벌들이 국내에서 차입경영으로 사업을 확장하던 것과 사실상 똑 같은 행태”라며 “해외 사업이 흔들릴 경우 지급보증을 서준 국내 기업마저 흔들리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요컨대 중국 미국 인도 터키 체코 등지에 복잡하게 해외 사업이 얽혀 있는 현대차의 경우 경영 공백이 장기화하면 모기업 마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이들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막대한 현금 자산을 감안하면, 해외 지급보증이 모기업의 유동성 문제로 번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굿모닝신한증권 용대인 애널리스트는 “현대차가 최근 급속히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급격히 늘어난 유동자산을 담보로 해외에서 공격적인 차입 경영을 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실제 해외 지급보증 금액이 급격히 늘어나는 기간 동안 현대차와 LG전자, 포스코 등이 보유한 당좌자산은 더욱 큰 폭으로 늘었다. 현대차의 경우 당좌자산이 2000년말 3조원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7조9,952억원으로 8조원에 육박하고 있으며, LG전자도 최근 2년간 보유 당좌자산이 5,000억원 가량 증가했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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