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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홧김에' 방황와 사회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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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홧김에' 방황와 사회환경

입력
2006.05.0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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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남산, 북한산, 창경궁 문정전, 경기 화성의 ‘서장대’등에서 방화 사건이 연속적으로 발생해 국민을 불안하게 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충격적인 방화사건이 보도되면, 대부분 그 범인이 ‘방화광’일 것이라고 짐작하거나 단정하게 된다. 즉 방화범과 방화광을 동일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범인이 방화를 통해 쾌감을 느끼며 심리적인 카타르시스를 경험하게 된다는 식으로 해석한다.

그러나 방화범죄는 다양한 유형이 있다. 자살의 한 수단으로, 타인이나 사회에 대한 불만과 복수심에 의해서, 보험금을 노리는 사기의 수단으로 하는 방화, 방화를 통해 비정상적인 심리적 만족감을 얻는 소위 ‘방화광’에 의한 방화 등이 있다.

대검 통계를 살펴보면 일반적인 방화범죄자는 30대와 40대의 남성으로서, 결혼하여 배우자는 있으나 직업이 없고, 학력이 낮으며, 대부분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정신이상, 정신박약, 그리고 성격이상과 같은 정신적으로 큰 결함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다. 즉 ‘방화광’에 의한 범죄는 희소하며 대부분 낯익고 선량한, 그러나 여러 개인적이고 가정적인 문제들로 갈등과 고통이 심각한 성인 남성들이, 대부분 음주상태에서 충동적으로 ‘홧김에’ 방화라는 범죄를 저지른다.

국내 방화범죄는 1990년대 들어 3년 동안 년 1,000여 건을 상회한 후 5년 동안 상당한 감소추세를 보이다가 1998년도부터 지속적으로 급증해 2003년에 1,713건, 2004년에 1,590건이 발생하였다. 1998년도는 외환위기로 극심한 경제적인 어려움을 경험한 시기였다. 이러한 통계치는 사회경제적인 환경이 방화범죄의 한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방화의 원인은 다양하다. 개인적인 심리적ㆍ경제적 어려움 등을 해결하지 못하는 현실적 능력의 부족, 자신의 열악한 상태에 대한 절망감, 그러한 열악한 상태의 원인을 타인이나 사회의 탓으로 생각하고 이들에 대한 분노를 적절한 방법으로 표출하거나 해소하지 못하는 성격이 주원인이지만, 사회문화적인 환경이나 경제적인 상황들이 일부 원인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사회의 전반적인 경제적인 어려움은 특히 개인적, 가정적, 사회경제적으로 능력이 없는 사람들을 심신적으로 더욱더 곤경에 처하게 하는 한 원인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점점 더 심각해지는 어려움은 그들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자신도 분명하게 의식하지 못하는 분노라는 감정을 응축시킨다.

그러다가 적당한 기회와 환경에 부딪히게 되면 충동적으로 매우 손쉬운 방법으로도 할 수 있는 방화를 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은밀한 장소에서 보다는 공공의 장소에서 방화를 하는 것은 자신의 개인적, 사회적 불만을 사회적으로 공개하고 호소하려는 무의식적인 동기도 개입된다고 볼 수 있다.

어떤 범죄든지 완전하게 예방하거나 근절시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홧김에’ 충동적으로 저지르는 방화범죄를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개인들이 자신의 불만과 분노를 표현할 수 있고 또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사회제도의 구축과 그들을 정상적인 사회구성원으로서 전입시키는 지역사회의 체계적이고 인본주의적인 관리체제가 더욱 활성화되어야 할 것이다.

김시업 한국 사회 및 성격 심리학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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