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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제기 기자의 씨네다이어리/ 영구는 없지만 샘형래 감독은 있다

입력
2006.05.0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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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언 서세원과 이경규는 각각 ‘납자루떼’(1986)와 ‘복수혈전’(1992)으로 어렵사리 ‘입봉’에 성공했지만 한 영화주간지가 발행한 ‘영화감독사전’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하고있다.

흥행에 참패했을 뿐만 아니라 평단의 평가도 좋지않았던 ‘납자루떼’와 ‘복수혈전’은 성공한 코미디언의 길을 가던 두 사람에게 재앙 수준의 오점으로 남았다. 더불어 영화를 연출했지만 감독으로 인정 받지 못하는 두 사람의 실패는 ‘코미디언이 만든 영화 수준이 결국 코미디 아니겠어’라는 편견을 강화시키면서 코미디언의 영화계 진출 벽을 더 높여놓았다.

‘코미디언이 과연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는가’라는 의심은 일본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세계적인 거장의 반열에 오른 기타노 다케시(北野武) 조차도 감독 활동 초기에는 그에게 쏟아지는 대중들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내야 했다. 기타노가 97년 ‘하나비’로 일본 감독으로서는 46년만에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하기 전까지 대다수 일본인은 그를 그저 독설을 내뿜는 코미디언 ‘비트 다케시’로만 받아들였다.

한때 ‘신지식인’ 1호로 선정돼 화제가 됐던 심형래 감독도 코미디언 출신이라는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10년 넘게 7편의 영화를 연출했지만 사람들은 그를 감독이라 부르기를 주저한다. 영구로 상징되는 바보 캐릭터 이미지가 그의 행보에 장애물로 끈질지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구 없~다”는 그의 코미디 속 유행어가 현실에서는 “영구 있~다”로 바뀐 셈이다.

요란스럽게 준비했던 ‘용가리’가 처참한 흥행 결과로 막을 내렸고, 충무로 주류는 그를 데면데면 대하는데도 심 감독의 영화에 대한 열정은 여전히 뜨겁기만 하다.

심 감독은 현재 연말 전 세계 배급을 목표로 6년 동안 준비한 신작 ‘디 워’의 후반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투자배급을 맡게 된 쇼박스 관계자는 “제작비를 밝힐 수 없지만 아마 역대 아시아 영화 최고액에 해당할 것”이라고 말한다. 공개된 일부 영상은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은 규모와 컴퓨터 그래픽을 자랑한다. ‘모여라 꿈동산’ 수준의 조악한 공룡 ‘쭈쭈’로 시작해 차근차근 진화해온 심 감독이 ‘디 워’를 통해 진정한 감독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사뭇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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