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
2일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등 전국 24개 국ㆍ사립대가 합의한 2008학년도 대입 전형 학교생활기록부(내신) 반영 비율 50% 이상 확대를 놓고 학생들이 혼란에 휩싸였다. 합의안 내용에 대해 교육인적자원부와 대학측, 학원가가 서로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3인3색’ 형국이다.
핵심 쟁점은 학생부 반영 비율 상향 조정의 효력 여부다. 의도한 대로 대학들의 생각을 돌려놓는 데 성공한 교육부는 대학들이 학생부 반영 비율을 실질적으로 늘릴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근거는 김진표 교육부총리의 ‘대학 투어’때 주요 대학들이 보인 반응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부가 신뢰도와 변별력이 있다는 구체적인 분석 자료에 대학들이 100% 동의했다”며 “2008 대입 전형에서는 학생부가 당락을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하지만 주요 대학들의 실제 반응은 교육부의 설명과는 딴판이다. 외형상 학생부 반영 비율이 높아지는 것은 분명하지만, 전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실질 반영률과는 별개 사안이라는 것이다.
학생부 비율이 커지더라도 실질 반영률은 현 수준(5~10%)을 유지하며, 지금처럼 논술고사 등 대학별 고사가 변별력 확보를 위한 주요 전형 요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서울시내 한 사립대 입학처장은 “교육부의 ‘압력성 요구’에 학생부 비중 확대에 합의는 했지만 주요 대학들은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결국 합의안은 ‘대외 발표용’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입시학원가는 대학측 입장에 기울었다. 대학측이 학교간 학력 차이가 인정되지 않는 학생부를 가장 중요한 전형 요소로 활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는 이유에서다.
특목고 출신과 비평준화 명문고생 유치에 총력전을 펴고 있는 상위권대의 경우 변별력 확보를 위해 대학별 고사 비중을 더욱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김영일 교육컨설팅 김영일 대표는 “학생부 비율 50%이상 확대는 학교 현실과 동떨어진 발상”이라며 “주요 대학들이 1,300개가 넘는 인문고 학생부를 똑같이 평가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엇갈린 해석에 학생들은 당혹해 하고 있다. 서울 경복고 2년 이모군은 “아침 조회 때 담임이 학생부 실질 반영률은 거의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해 안심은 되지만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헷갈린다”고 말했다.
서울 명덕외고 1년 김모양은 “교육부 설명 대로라면 특목고생은 하향평준화의 희생물이 돼야 한다는 뜻”이라며 “대학들이 모든 수험생에게 똑 같은 학생부 잣대를 들이대지는 않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김진각 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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