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스탄트 가드너’(원제 The Constant Gardener)는 한 영화의 소재로서는 양립하기 힘든 사랑과 정의(正義)를 스릴러 형식을 빌려 한 몸으로 엮어낸 사회 비판적 러브스토리다. 사랑을 의심하고 확인하면서 세상의 감추어진 흉물스런 진실을 깨닫는 한 남자의 가슴 아린 사연으로, 근래 보기 힘든 수작이다.
케냐 주재 영국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저스틴(랄프 파인즈)과 인권 운동가 테사(레이첼 와이즈)는 전혀 다른 성격과 세계관을 지닌 신혼부부다. 온화한 성품의 저스틴은 국가 정책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반면 테사는 “영국은 미국의 개”라는 말을 서슴지 않을 정도로 공격적이고, 국익보다는 보편적 정의를 추구한다.
미묘한 이념의 불협화음을 일으키던 두 사람의 이야기는 테사가 ‘수상한 여행’을 떠났다가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오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저스틴은 처음엔 흑인 동료와 아내의 부정(不貞)을 의심하다가 케냐 빈민을 ‘마루타’ 삼아 신약을 개발하던 영국 제약회사와 영국 정부가 결탁한 거대한 음모에 의해 테사가 희생된 사실을 조금씩 알아간다. 이 과정을 통해 저스틴은 남편을 보호하면서 자기의 길을 꿋꿋이 가려 했던 테사의 진심을 받아들인다. 동시에 그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며 안주했던 현실의 두꺼운 껍질을 깨고 진정한 정의의 의미를 깨친다.
저스틴과 테사의 사랑이야기는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아프리카의 풍광을 배경으로 펼쳐지면서 멜로의 고전 ‘아웃 오브 아프리카’를 연상시킨다. 여기에 저스틴이 흑막을 밝혀가는 과정이 겹치면서 영화는 여전히 서구에 의해 착취당하는 아프리카의 불우한 현실을 밀도 있게 반추한다. 뒤늦은 회한으로 아내를 그리워 하는 저스틴의 모습은 풀에 벤 것처럼 가슴을 쓰라리게 하면서도 사회 정의를 향한 열망으로 승화되어 가슴을 뜨겁게 한다.
‘시티 오브 갓’(2002)으로 1970년대 브라질 빈민가의 어둠을 고발해 주목 받은 페르난도 메이렐레스 감독의 두 번째 작품. 유난히 정치성과 사회성이 두드러졌던 올해 아카데미영화제에서 여우조연상 수상(레이첼 와이즈)에 그쳤지만, 완성도는 여느 경쟁작 못지않다. 4일 개봉. 15세.
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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