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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나의 검은 고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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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인숙의 길 위의 이야기] 나의 검은 고양이

입력
2006.05.0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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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이 열려 있으면 검은 고양이가 가끔 들어와서 둘러보고 나가곤 한다. 화장실 문 앞에 놓은 깔개가 마음에 드는지 물어뜯으며 놀다 갈 때도 있다.

그래봤자 5분을 넘기지 않았었는데 지금은 그 위에 편한 자세로 앉아 있다. 돌아다볼 때마다 나를 주시하고 있는 걸로 미루어 아주 마음을 놓은 것 같지는 않지만. 요 며칠 새 가족이 잡혀가서 그 충격으로 혼란하고 쓸쓸한가 보다. 내게 조금쯤 보호 받는 느낌을 갖는 것도 같은데 마음이 무겁고 뒤숭숭하다. 한 달 전 이사 온 새 집주인은 고양이를 싫어한다.

그 참에 이웃 사람들의 부추김을 받고 고양이 몰아내기를 적극 실행중이다. 떠돌이 고양이를 관리하는 기관에서 뜰에 갖다 놓은 물건은 좁고 긴 쇠붙이 상자다. 안에 깊숙이 들어가면 순식간에 문이 잠기게 돼 있는데 호기심 많은 고양이의 특성을 이용한 거다. 집주인에게 특별히 부탁해 두기는 했다.

검은 고양이가 잡히면 꼭 내게 알려달라고. 태어난 지 7개월쯤 됐으니까 야성이 강해 내가 전적으로 보호하는 게 가능할지나 모르겠다. 부디 걸리지 않기만 바랄 뿐이다. 고양이 보호소에 잡혀간 고양이들은 어떻게 되는 걸까? 살짝 돌아보니 고양이가 자고 있다. 어떡하지?

시인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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