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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디스플레이 첨단도시 파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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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디스플레이 첨단도시 파주

입력
2006.05.0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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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가 고향인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탱크가 버스보다 눈에 익었다고 한다. 어릴 때부터 늘 보아온 것이 군인과 탱크, 군용트럭 등이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일반인에게도 파주는 임진각과 통일전망대, 자유로 변의 끝없는 철조망 등이 우선 떠오르는 군사도시로 각인되어 있다.

그런 파주가 변하고 있다. 3년 전 LG필립스LCD가 파주에 LCD 공장을 짓겠다고 결정하면서부터다. 월롱면 일대 50만평이 산업단지로 개발되면서 주변지역의 땅값이 오르고 지역 경기가 들썩이는 등 개발 붐이 일고 있다.

● 총 25조원 투자 LCD 산업단지

얼마 전 파주를 다녀왔다. 자유로를 따라 곳곳에 ‘파주 LCD 산업단지’라는 이정표가 붙어 있었으며 협소하던 군도 3호선은 4차선으로 확장되어 ‘LG로’라고 명명되어 있었다. 10여분 들어가니 우측에 30㎙ 높이는 족히 되어 보이는 벽돌 축대가 나타났다. 마치 성벽을 연상시키는 거대한 축대 위에 LCD 공장이 있었다.

그 공장이 파주를 세계적인 첨단산업도시로 면모시키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LG필립스LCD 파주공장이었다. 이 공장은 세계에서 가장 큰 유리(1,950㎜×2,250㎜)를 사용하여 한꺼번에 42인치 LCD 8장을 찍어낼 수 있는 세계 최고의 공장이다. 아파트 20층 높이의 공장에서 한 달에 72만장의 42인치 LCD를 생산할 수 있는 생산력을 보유한 공장이다. 총 25조원을 투자하여 산업단지 내 나머지 부지도 순차적으로 LCD 공장으로 채운다니 그 규모가 상상을 초월한다.

파주 지역에는 또 부품소재업체에서 완제품업체까지 일괄적으로 집적화된 LCD 클러스터가 형성되고 있다. LCD업체는 300~400개의 협력사들을 거느리게 되는데 이들이 집적하면 클러스터가 된다. LCD 가격이 해마다 20~40%씩 떨어지는 상황에서 외국 업체들도 경쟁력 유지를 위해 집적화를 유력한 대안으로 선택하고 있다.

일본의 샤프는 미에현 카메야마시에 클러스터를 형성 중이며, 대만에는 이미 신죽 공업단지를 비롯하여 타이중 타이난 등 3~4개의 LCD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다. 우리나라에는 LG필립스LCD 중심의 파주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외에도 삼성전자의 아산탕정 크리스탈 밸리가 있다.

●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의 실천장

파주 디스플레이 클러스터 조성사업은 세계 굴지의 외국기업과 국내 기업의 합작을 통해 낙후지역에 대규모 투자를 함으로써 국가 산업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아울러 해당 지역을 변모, 발전시킨 훌륭한 모델 케이스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수요 대기업과 중소 협력업체들이 한 지역에 뭉쳐 같이 고민하고, 공동으로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 성장할 여건을 만들어 가고 있는 상생의 실천장이기도 하다. 지난달 27일 열린 LG필립스LCD 파주공장의 준공식은 이처럼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앞으로 파주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탱크보다는 LCD를 실어 나르는 트레일러에 더 익숙하게 될 것이다.

이재훈ㆍ산업자원부 차관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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