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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선진화 운동 정말 맞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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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선진화 운동 정말 맞습니까?

입력
2006.05.0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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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의 새로운 국가 목표로서 가장 많이 인구에 회자되는 것이 선진화이며, 이를 반영하듯 선진화와 관련된 다양한 단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한국의 선진화 운동은 한국이 과거 근대화와 민주화라는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앞만 보고 달리다가 소홀히 했던 많은 부문들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킨다는 면에서 매우 바람직한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 정권교체 겨냥한 정치성 짙어

그런데 문제는 그 선진화 운동의 내용이다. 불행하게도 최근 선진화 운동을 이끌어 가는 세력의 담론은 그 내용이 무척 진부하고, 담론의 철학적 완결성이 매우 빈곤하다. 또 선진화를 위한 이론적 천착과 장기적 계획보다는 정권교체를 겨냥한 정치성을 강하게 띠고 있어 부실공사의 우려마저 생겨난다.

몇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지난 황우석 교수의 논문 및 실험결과 조작 사건에 대한 선진화 단체의 대응은 후진적 대응 그 자체였다. 학자적 정직성과 생명윤리라는 그야말로 가장 선진적인 가치는 소홀히 한 채 특정 방송사와 신문사에 대한 정치적 공격, 그리고 구체성이 결여된 국익이라는 과거의 논리만으로 이 문제에 초기 대응하였다. 그리고 사실의 판명 후에도 진지한 반성과 선진적 윤리에 대한 천착, 장기적 계획을 수립하는 노력을 보여 주지 못했다. 선진화보다는 과거의 한국을 보는 느낌이었다.

또 다른 예는 아동과 관련된 문제이다. 지난 2월과 3월 아동 성폭행 살인사건, 아동의 어처구니없는 교통사고 등이 언론에서 집중적으로 보도된 적이 있다. 어느 선진사회든 아동에 대한 보호를 사회의 제 1의 가치로 삼지 않는 국가는 없다. 사회의 가장 약자 중의 하나이며 미래한국의 귀중한 자산이 될 아동에 대한 보호와 배려는 아무리 강조하여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아동 문제에 관하여 선진화 단체나 운동에서 깊이있는 고민을 하고, 또 장기적인 정책화, 이슈화를 시도한 예를 기억하지 못한다. 아직도 한국의 선진화 세력은 장유유서의 전근대적 질서에서 벗어나지 못하여 아동의 문제는 매우 가벼운 일상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닌지 궁금하다.

선진화 세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인 북한 인권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인권의 문제는 인류보편적 가치이므로 북한 인권 문제가 소홀히 되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선진화 세력이 이 문제를 선진가치인 인권 그 자체의 문제로서 접근하기보다는 과거 남북 대결의 시각에서 접근한다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이유는 이들 세력이 국내의 다른 중요한 인권 문제에 대해서는 침묵하거나 특별히 이슈화시키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동의 인권 문제,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 문제, 혼혈인들의 인권 문제, 장애인들의 인권 문제, 여타 소외인들의 인권 문제에 대하여 종합적인 인권정책, 인권교육 프로그램을 구상하고, 이를 장기적으로 이슈화시키는 노력을 보이지 않고 있다. 북한에 대한 인권 개선 요구가 과거 냉전적인 정치구호 수준을 넘어서려면 이러한 종합적인 인권 아젠다 속에서 같이 북한 인권 개선을 요구하여야 한다.

● 北 인권 다루면서 南 인권엔 무심

마지막으로 과정의 투명성(transparency)과 설명책임(accountability)과 관련된 선진화 운동의 무성의를 들고 싶다. 가장 선진적인 가치 중의 하나가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것임을 아무도 부정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리고 과정이 선진적이려면 그 과정이 투명하고 설명책임이 동반되어야 한다. 그런데 최근 한미 FTA에 대한 선진화 세력의 담론은 FTA 성사로만 집중되어 있지 FTA 추진과정의 투명성 및 설명책임에 대하여는 그다지 크게 문제를 삼고 있지 않는 것 같다. 일국의 미래가 걸린 이렇게 중차대한 문제에 대하여 과정의 투명성과 설명책임을 요구하지 않는 선진화 운동이 과연 진정한 선진화 운동이 될 지 의문이다.

이근ㆍ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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