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의원들이 수영장에서 장난을 치다 싸움이 벌어졌다. 직원들이 의원들간의 싸움을 말리느라 저녁 때까지 고생을 했다” (서울 성북구 의회)
“대만 사람들은 야식을 즐기기 때문에 하루 4끼를 먹는다고 한다. 또 머리를 며칠에 한 번씩 감는 등 위생 의식이 희박하다” (부산 연제구 의회)
지난해 국민 혈세로 해외 연수를 다녀온 지방의회 의원들이 제출한 몇몇 연수 보고서의 내용이다. 한 사람 당 수백만원씩 들여 실시한 ‘해외 선진 지방자치 실태 견학’ 등의 거창한 명분과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왜 이런 보고서들이 나오나 했더니 이유가 있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가 3일 지난 4년간 전국 250개 광역ㆍ기초의회 의원들의 해외 연수 실태를 조사한 결과 전체 연수 시간의 8할이 ‘노는데’ 쓰인 것으로 나타났다. 초등학생 일기장 수준의 연수 보고 내용 밖에는 나올게 없었다는 얘기다.
이날 공개된 ‘제4기 지방의회 의원 공무 국외여행 백서’에 따르면, 전체 광역ㆍ기초의원 4,182명이 지난 4년간 1,520회에 걸쳐 총 1만1,111일간의 해외 연수를 했다. 1인 당 평균 횟수는 2.5회, 비용만도 1인 평균 487만원에 이른다.
그러나 이들이 여행 목적에 부합하는 활동을 한 시간은 광역의회 의원이 13.3%, 기초의회 의원이 16.9%로 평균 16.4%(5,078시간)에 불과했다. 특히 전남 보성군 의회는 임기 4년 동안 4번의 연수가 모두 100% 관광여행이었다고 백서는 밝혔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측은 “지방의회의 59.2%가 공무 국외여행에 대한 자치법규를 갖고 있지만 이마저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대부분의 해외 연수가 관광 여행으로 변질됐다”고 지적했다.
정철환 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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