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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정체성 논란 재연, 이번에는 개편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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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정체성 논란 재연, 이번에는 개편될까

입력
2006.05.0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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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기로에 섰다. 2002년 벤처기업대출비리에서 최근의 현대자동차 부채탕감에 이르기까지 대형 금융사건이 터질 때마다 잇따라 연루된데다 관 주도의 개발연대식 금융시스템이 붕괴한 이후 정체성마저 애매모호해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산은 개편론이 다시 탄력을 얻고 있다. 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공기업 감사를 벌여온 감사원이 다음달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에 대한 감사결과와 함께 개편 방안을 권고할 예정인데다 재정경제부가 최근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연말까지 국책은행 개편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어서 그 어느 때보다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산은 개편론은 산은이 관치금융 관련 비리에 연루될 때마다 제기되어온 해묵은 과제다. 산은은 1960~80년대 개발 경제시대에 국가 기간산업에 대한 정책금융 창구로서 큰 역할을 했지만 90년대 이후 정부 주도 경제개발이 시장 경제체제로 전환되면서 역할이 모호해졌다. 정책금융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외환위기 이후로는 회사채 인수, M&A자문, 프로젝트파이낸싱 등 민간영역의 투자은행 업무에 주력해왔던 것. 그러나 설립취지와 다른 업무로 인해 “정부의 힘을 갖고 민간 영역을 침해하고 있다”는 반발을 사왔다.

때문에 시장에선 ‘산은 해체론’까지 나오는 등 산은 개편론이 여러 차례 제기됐으나 매번 별 성과없이 끝났다. 산은측은 “외환위기의 경우 산은이 아니었으면 누가 회사채를 인수했겠냐”며 “앞으로 통일을 대비한 북한 지원 사업 등 정책금융의 영역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또 산은을 통해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정부나 정치권의 의도도 산은의 기능 개편을 지연시키는 배경이라는 분석이다.

건국대 고성수 교수는 “정책 당국자들이 시장 원칙보다는 산은을 통해 일 처리하는 게 편하기 때문에 산은이란 정부 돈주머니를 잃고 싶지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이 때문에 관치금융과 관련한 구조적 비리의 온상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산은 개편론이 다시 힘을 받은 것은 지난해 전윤철 감사원장이 “역사적 사명이 다한 공기업은 사라져야 한다”며 대대적인 공기업 감사에 착수하면서부터. 산은이 대응책 마련을 위해 올 3월 한국금융연구원에 기능 개편에 관한 연구용역을 의뢰했고 재경부도 올해 안으로 개편안을 마련키로 했다.

현재 산은 개편론으로는 공적 기능은 축소된 형태로 남겨두고 민간 영역은 점진적으로 민영화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으며 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다른 국책은행들과의 통폐합 문제도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권 말기인 상황에서 산은을 개편할 뚜렷한 세력이 없는 한 개편 논의가 또 흐지부지 끝날 가능성도 크다는 분석도 나온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 산은, 부유층 고객에 호화접대 '빈축'

대표적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최근 부유층 고객들을 초청해 호화 접대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시중은행과의 역할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는 산은이 시중은행들의 ‘부자마케팅’까지 따라 하고 나선 것이어서 산은의 ‘정체성 논란’이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2일 금융계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달 19일 서울 시내의 한 고급 한정식당에서 김창록 총재를 비롯한 임직원과 최우량(VVIP) 고객 등 1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우수고객 만찬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예금액이 수억원대에 달하는 거액 자산가들이 초청돼 1인당 8만원이 넘는 최고급 한정식이 제공됐으며 술과 부대비용을 제외한 식사비만 1,000만원이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중은행들이 1년에 한차례씩 이 같은 행사를 갖지만 산은은 창립 이후 처음이었다. 산은 관계자는 “지점수가 많지 않아 찾기가 불편한데도 거액을 예치해준 고객들에 대한 감사 차원에서 마련한 행사”라고 말했다. 그러나 산은은 지난달부터 전 현직 임직원들이 현대차그룹 로비 의혹에 연루돼 검찰 수사를 받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기간산업 지원이란 산은 본연의 공공성을 망각한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송용창 기자 hermee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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