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농촌이 함께 잘 살 수 있는 비전으로 창조도시, 생태ㆍ환경도시, 인간중심도시 등의 다양한 모델들이 제시됐다.
대통령자문 국가균형발전위원회(위원장 성경륭)가 출범 3주년 맞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기념 심포지엄에서 각계 전문가들은 ‘국가균형발전과 살기좋은 지역 만들기’라는 대주제에 맞춰 도농 균형발전을 위한 정책방향을 제안하고 토론을 벌였다.
각계 인사 500여명이 참석한 이날 심포지엄은 ‘살기좋은 지역 만들기의 비전과 이론’‘지역 재창조로 가는 길 ’ ‘공간의 질,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과제’ 등 3부로 나누어 진행됐으며 22명의 학자와 전문가가 주제발표를 했다.
한국의 도시, 양적팽창 극복할 때
일단 현재 한국 도시발전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것으로 시작했다. 최병선 국토연구원장은 “선진국의 도시가 오늘날과 같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도시로 변모한 것은 산업혁명 이후의 급속한 도시팽창 과정에서 대두된 심각한 주택문제와 환경오염 등 도시병리 현상을 전원도시 운동, 도시미화 운동, 도시예술 운동 등을 통하여 극복하여 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그동안 도시의 양적팽창에 치우진 나머지 서울의 삶의 질은 매우 열악한 수준”이라고 지적하고, “선진국의 사례들을 벤치마킹해 쾌적한 도시, 시대를 주도하는 창조적 집단이 모여드는 도시, 국내외 관광객들에게 매력적인 도시로 만들어 나가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자로 나선 이진 ‘지방의 제21전국협의회’ 회장은 “현재 지방에 살고 있는데, ‘영어 못배우겠다’ ‘좋은 고등학교가 없다’는 등과 같은 현실적인 제약이 있다. 이러한 점에 대한 대책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배정근 한국일보 논설위원은 “지역축제만 해도 900개가 된다고 하는데, 특색도 없고 예산만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며 “오히려 도서관과 박물관을 많이 지어 지역의 문화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대학ㆍ연구기관이 기업도시의 핵심
복득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첨단과학ㆍ산업도시의 성공 조건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첨단과학ㆍ산업도시의 해외 대표적 사례도시는 실리콘밸리, 샌디에이고, 울루, 중관촌, 소피아앙티폴리스, 더블린, 시스타, 도요타시 등이 있다”며 “이들 도시의 공통된 형성요인을 보면 우수한 기후 및 지리적 환경, 우수한 대학ㆍ연구기관의 소재와 같은 지역우위자원이 존재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형진 산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대규모 공장시설 집적단지의 실패사례를 지적하고, 공공기관 이전을 통한 혁신도시 건설에서는 이와 같은 사례가 반복되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박 연구원은 “대규모 공장시설 집적단지는 첨단산업으로의 전환을 실패하면서 공동체 기능을 상실하고 있다”며 “공단이 일터ㆍ삶터ㆍ놀터의 기능을 갖춘 살기좋은 지역으로 재생되는 것이 지속가능한 국가경재력 강화의 필수요소”라고 말했다. 그는 “혁신도시 건설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이전 공공기관과 지역 전략산업간의 하드웨어적인 결합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적인 결합을 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살고싶은 곳, ‘공동체 복원의 길’
꼭 모든 것이 갖추어진 중심지가 아니라도, 따뜻한 이웃공동체가 살아있는 마을은 누구나 한번쯤 마음속에 떠올려보는 ‘살고 싶은 곳’이다.
박시현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일본과 영국의 사례를 들어 “농촌지역 재생은 첫째 오랜 시간을 두고 지속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는 점, 둘째 농촌이 농촌다울 때 가능하다는 점, 셋째 작은 일에서 출발한다는 점, 마지막으로 사람이 중요하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아야쵸의 경우 퇴비 만들기와 같은 작고도 세밀한 모임들이 모여서 큰 성과를 이루어 왔다는 것.
그러나 김영정 전북대 교수는 공동체 복원의 전제조건으로 “도시지역은 주거ㆍ의료ㆍ교육 등 기초생활환경 개선노력, 농어촌지역은 복합생활공간조성 등을 강화해야 한다”며 인프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러한 인프라구축이 은퇴자의 이상향으로 불리는 미국의 선시티(Sun City)나, 일본 누카타 산촌지역의 마을공동체운동 마치즈쿠리를 가능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진희 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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