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화재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작년 4월 강원도 산불로 양양 낙산사와 낙산사 동종이 소실된 데 이어 올해 4월 26일에는 창경궁 문정전 왼쪽 문이 방화로 불탔고, 1일에는 유네스코 지정 세계문화유산인 경기 수원 화성의 서장대 역시 방화로 흉물이 됐다.
일련의 사건에서 문화재 보전ㆍ관리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낙산사 소실 사건 때 이미 그렇게 많은 지적이 있었는데도 1년이 지난 지금 비슷한 유형의 사건이 계속된다는 것은 대책 부재를 단적으로 말해 준다. 하루 2만 명이 찾는 서장대에 화재 방지 기구라고는 소화기 달랑 하나였다는 것이 단적인 예다. 더구나 서장대는 10년 전에 똑같은 일을 당해 다시 지은 건물이어서 소 잃고도 외양간을 안 고치는 행정의 전형을 보여준 셈이다.
문화재청은 그 동안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방화 자체를 예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중요 문화재에 CCTV를 설치해 도난이나 방화 시도에 대비한다든가 불이 나면 바로 알려주는 화재경보기, 화재가 나면 자동으로 물을 뿌려 주는 스프링클러, 소방차가 현장 도착 즉시 사용할 수 있는 소화전, 소방차가 오기 전이라도 임시로 사용할 수 있는 소화용 물대포 설치 등의 방안은 이런 사건이 날 때마다 전문가들이 누누이 제안해 온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대비를 하지 않은 마당이니 문화재청과 소방방재청, 지방자치단체, 사찰 등 문화재 유관기관의 유기적 협력체제 구축 같은 소프트웨어는 얘기를 꺼내기도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문제가 문화재청의 무사안일에서 비롯된다고 본다. 걸핏하면 핑곗거리로 드는 예산 부족도 이유가 되지 못한다. 문화재청이 애걸복걸해 가며 예산처와 국회를 감동시켜 예산을 확보했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광화문 제자리 찾기나 광화문 한글현판 교체, 남대문 통행 허용, 서울 역사도시 조성 계획 같은 이벤트성 사업을 굳이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정신이 이벤트에 팔려 있으면 기본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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