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주변 정세가 출렁거리고 있다. 미일 양국은 외교ㆍ안보장관 합동회의(2+2)에서 지난 3년 동안 계속해 온 주일미군 재배치 협의를 마무리했다. “미일 동맹이 새로운 단계에 들어섰다”고 선언하며 양국이 발표한 공동보고서의 핵심은 물론 주일미군 재배치다. 미국의 ‘전략적 유연성’ 구상에 따른 동북아 무력 재배치의 일환으로, 주한 미군 재배치 문제와 닮았다.
그러나 양측의 합의 내용을 뜯어보면 ‘공동의 가치’니, ‘세계적 책임의 공유’ 등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미 육군 1군사령부를 2008년 일본 수도권으로 옮겨 통합거점사령부로 개편한다는 계획은 냉전 이후 미 군사전략의 중심축이 동북아 지역으로 이동하리라는 일반적 예상을 확인시켰다.
더욱 눈에 띄는 것은 동북아 주둔 미군의 행동반경 확대와 병행해 일본의 군사적 역할이 넓고 깊어지리라는 분명한 예고다. 일본 동북지역에 미사일방어(MD) 계획의 첫 실전배치가 이뤄지고, 일본 항공자위대 사령부가 미 5공군사령부 거점으로 이동해 통합 운용ㆍ조정 능력이 강화된다.
자위대를 군대화하고,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가능하게 하자는 일본 우파의 개헌 주장이나 이에 대한 한중 양국의 의구심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개헌과 다를 바 없는 실질적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양국이 대놓고 말하진 않지만 궁극적 가상적이 중국과 북한이 될 것임은 불문가지다. 한동안 야스쿠니 신사 문제로 일본과 각을 세워 온 중국이 최근 일본에 화해 제스처를 보이는 것도 미일 동맹의 은근한 압박과 무관하지 않다.
이런 움직임은 안 그래도 핵과 인권 등 난제투성이 북한 문제를 떠안고 있는 한국의 외교ㆍ안보에 전례 없는 고도의 정교함과 합리성을 요구하고 있다. 목표와 우선 순위에 대한 정밀한 재검토로 국익에 맞는 기본 방침을 다듬되, 그 속을 드러내지는 않는 ‘전략적 모호성’이 필요하다. 독도나 기지 문제 등 그림자 놀이에 사로잡히지 말고, 미중일 3국과의 관계를 총체적으로 재점검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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