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올림픽 펜싱경기장에서 실시된 열린우리당의 서울시장 후보경선은 보라색 물결로 마무리됐다. 오후 6시30분께 강금실 후보의 당선이 선언되자 박수, 환호성과 함께 보라색 막대 풍선과 피켓이 경선 장에 온통 넘실댔다.
강 후보는 후보 수락연설에서 “이기는 단 하나의 방법을 알고 있다”며 “목숨을 걸고 진심을 담겠다”고 말했다. 강 후보는 “말에 진심이 담기면 힘이 생기고, 행동에 진심이 담기면 사람을 움직이고, 목숨에 진심이 담기면 역사가 바뀐다”며 “정치적 죽음을 두려워하지 말고 진정한 정치를 이룬다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는 또 “우리당을 과반으로 만들어준 국민이 무엇을 기대했고, 무엇에 실망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패한 이계안 후보는 담담한 표정으로 “최선을 다해 후회가 없다”며 “강 후보의 승리에 도움이 된다면 무엇이든지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경선은 당직자들의 걱정 속에 시작됐다. 가장 화려하게 치러져야 할 서울의 지방선거 출정식이었지만, 흥행부진이 현실화했기 때문이다. 전날 밤부터 국회에서 여야대치가 계속됐고, 이날도 오전 내내 국회가 긴박하게 돌아가 의원들이 투표가 시작된 후에야 참석할 수 있었다. 1부 사회자도 정봉주, 유승희 의원에서 서영교 부대변인, 이해식 서울시당 사무처장으로 긴급 교체됐다.
투표권이 부여된 기간당원과 일반당원 2만5,000명 중 경선 시작 전까지 현장에 나타난 당원도 300명 정도에 불과했다.
오후 4시께 보라색 넥타이를 매고 도착한 정동영 의장은 인사말에서 “한나라당이 민생법안 실력저지로 맞선 것은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찬물을 끼얹기 위한 뜻”이라며 “법안처리는 오늘 탄생하는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축복”이라고 말했다.
두 후보는 현장 표심 잡기에 전력을 다했다. ‘희망을 일하게 하자, 강금실을 일하게 하자’, ‘준비된 서울시장! 따뜻한 CEO 이계안’ 등 플래카드도 내걸렸다. 강 후보 지지자 수 십여 명은 입구에서 팝송 ‘YMCA’에 맞춰 ‘꼭지점 댄스’를 춰 흥을 돋우기도 했다.
보라색 재킷을 입고 등장한 강 후보는 “차라리 죽더라도 (선거에)나가서 (당과)같이 죽자, 그것이 나의 결심”이라고 목소리를 높여 박수를 받았다. 그는 “당과 거리를 두라, 시민후보로 나서라, 경선 필요 없다는 건의를 거절했다”며 서울을 바꿀 주요정책으로 강남북 격차와 교육, 보육문제 해결 등을 제시했다. 이계안 후보는 “강금실에 대한 맞춤형 후보인 오세훈을 꺾을 방법이 없다”며 “이제 나를 구원투수로 내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석원 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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