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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대변인의 경우

입력
2006.05.03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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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번 백악관 개편에서 살아 남았다”고 익살을 떨자 좌중에 폭소가 터졌다. 지난 주말 백악관 기자단 초청 연례 만찬에서 부시 대통령은 자신과 닮은 ‘짝퉁 부시’를 옆에 세워 놓고 자신을 소재로 한 여러 유머를 선사해 기자들을 웃겼다. 부시 대통령의 백악관과 기자들 사이가 좋지 않기는 하루 이틀이 아니어서 대통령은 공인된 유머의 소재인 모양이다. 그 중간에서 이런 사이에 기여한 사람 중 하나가 스콧 맥클렐런 전 백악관 대변인으로 꼽힌다.

■기자들의 짜증을 부르는 대변인 중에는 부드럽고 매끄럽게 질문을 빠져나가거나, 모호하고 요령부득의 답변으로 핵심을 벗어나는 타입이 있는데, 맥클렐런은 아마도 후자 쪽에 더 가까운 타입이었던 것 같다.

지난 주 백악관 개편에서 그가 물러나자 진보 진영에서는 환호, 보수 진영에서는 안도했다는 반응이 나온 것이 그에 대한 불만의 뿌리를 말해 준다. 맥클렐런은 백악관 이너 서클(inner circle)의 깊은 정보에는 접근하지 못했지만 외부 평가와는 달리 제한적인 대변인 역을 부시 진영은 만족스러워 했다고 한다.

■정권의 뿌리인 보수 세력으로부터 그가 불만을 샀던 것은 백악관 참모 진영의 총체적 무능과 부조에 더해, 대통령의 대변자로서 충분히 보수적이지 못하다는 점 때문이었다. 반면 신임 토니 스노 대변인이 관심을 모으는 것은 그가 케이블 채널인 폭스 뉴스의 앵커를 하면서 부시를 한껏 비난했던 전력에 비춰 백악관 내 직언에 대한 기대가 실려 있다고 한다.

폭스 자체가 보수 색채를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방송인 데다 스노가 부시를 비난한 것도 언론의 공격이 아니라 보수진영의 훈수와 충고였다는 것이다. 또 스노의 기용으로 언론과의 관계 개선을 노렸다는 평도 있다. 모두 11월 선거용 비상책이다.

■그러나 논란과 문제는 심각하게 남는다. 어제의 언론인이 오늘 권력 대변자로 돌변하는 혼란스러움이다. 청와대의 측근들이 이 비서, 저 비서를 돌려가며 맡는 것을 회전문(revolving door) 인사라고 부르지만, 원래 미국에서 이는 언론계와 정계를 넘나드는 언론인의 부도덕한 처신을 일컫는다. 그래도 백악관의 대변인 교체는 청와대에 비하면 훨씬 당당하고 떳떳하다.

청와대도 크게 개편한다는데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은 야당의원이 그만둔 선거구의 보궐선거에 나가려고 사퇴했다. 맥클렐런의 경우와는 명분과 이유가 천양지차이다. 맥클렐런은 스노 대변인이 업무를 익힐 때까지 지금 기자단 브리핑을 돕는 ‘자원봉사’ 중이라니 더욱 다르다.

조재용 논설위원 jae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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