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를 냈다는 것은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적자를 낼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졌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번 1분기 흑자전환은 팬택이 적자구조에서 완전히 벗어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지난달 20일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박병엽(사진) 팬택 부회장은 출입기자단에게 이렇게 강조했다. 팬택은 1분기에 영업이익 176억원을 달성해 지난해 만성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박 부회장은“휴대폰 단말기 업계에서 삼성전자를 뛰어넘는 글로벌 기업 한번 만들어보는 것이 소원”이라며“3년 후의 팬택을 지켜봐 달라”고 당부했다. SK텔레텍 합병 후 만성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해 고심하던 그가 모처럼 웃음을 보이는 순간이었다.
팬택과 SK텔레텍은 1년 전인 2005년 5월 3일 합병을 선언했다. 이 합병으로 인해 팬택은 3분기 내수시장에서 점유율 19.9%를 차지, 17.1%의 LG전자를 누르고 국내 2위 업체로 급부상했다. LG전자와 국내 2위를 두고 접전을 벌이던 팬택은 11월에 시장점유율이 23%까지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팬택의 선전을 SK텔레텍과의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 효과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단말기 시장에 지각변동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됐던 양 사의 합병은 커다란 고난에 부닥쳐 적지않은 어려움을 겪었다. 내수시장이 침체되면서 지난해 1,000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은 것. 또 대기업인 SK그룹 출신 사원들이 벤처 냄새가 물씬 나는 팬택의 문화에 섞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팬택이 빠져 나올 수 없는 위기에 봉착했다는 등 악성루머도 나돌았다.
통합회사가 예기치 않은 악재로 고전하자 박 부회장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11월부터 전 임원과 매주 일요일에 정상 출근해 임원회의를 가졌다. 회의 자리에는 항상 모래시계를 앞에 두고 최대한 짧은 시간에 최고의 효율을 내는 회의를 가지는 것을 규칙으로 삼았다. 이 같은 혁신은 일의 효율을 높인 것은 물론 임직원들이 평일에 사원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늘려 전 직원들의 문화가 하나가 되는 데 크게 일조했다. 박 부회장은 “정말로 목숨을 걸고 일했던 5개월”이라고 회고했다.
팬택은 올들어 멕시코 등 중남미 지역에 100만대, 베트남에 50만대, 프랑스에 100만대를 수출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SK텔레콤이 투자한 미국 이동통신사 힐리오에도 단말기를 공급키로 했다. 국내에서도 보조금 합법화 이후 중저가 시장에서는 큐리텔, 고가폰 시장에서는 스카이가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2분기는 전통적인 비수기여서 또다시 판매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준모 기자 moonj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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