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정부가 세계적 규모의 미군 재편 일환으로 추진해 온 주일 미군기지 재편 계획이 최종 확정됐다.
2003년 11월부터 시작돼 3년간의 협상 끝에 합의한 양국 정부는 미일동맹이 ‘새로운 단계로 들어섰다’고 선언했다.
미일 정부는 1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미일 안전보장협의위원회(2+2)에서 주일미군 재편에 대한 최종 보고서 ‘재편실시를 위한 미일의 로드맵’을 채택했다.
이에 따르면 2014년까지 오키나와(沖繩) 후텐마(普天間)기지를 오키나와 현내 나고(名護)시의 캠프 슈와브 연안으로 이전한다. 오키나와 주둔 미 해병대 제3원정사령부와 해병대원 8,000명도 후텐마 기지 이전을 전제로 괌으로 이동한다.
또 2012년까지 미 육군 제1군단 사령부를 가나가와(神奈川)현 캠프 자마로 옮겨 육상 자위대 중앙즉응집단사령부와 병설하고, 가나가와현 요코타(橫田)기지로 이전하는 항공자위대 항공총대사령부가 미 공군과 함께 ‘공동통합운용조정소’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밖에 가나가와현 아쓰키(厚木)기지의 항공모함 함재기부대를 야마구치(山口)현 이와쿠니(岩國)기지로 옮기고, 오키나와현 가데나(嘉手納)와 아오모리(靑森)현 미사와(三澤)기지 등에서의 항공훈련을 다른 시설로 분산하기로 했다.
이번 협상 완결로 미일동맹은 미영동맹에 버금가는 관계로 격상하게 됐다. 미 육군 제1군단 사령부를 캠프 자마로 이전함으로써 동북아 유사시 더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됐다. 일본 자위대를 더 적극적으로 지역분쟁에 끌어들이는 교두보를 마련한 셈이다.
일본도 내심 미일동맹 격상을 통해 북한, 중국 등에 대한 억지력 강화에 중점을 둬왔다. 누카가 후쿠시로(額賀福志郞) 방위청 장관이 “미일 동맹이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한 것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며 도널드 럼스펠드 미 국방장관에게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라인) 개정을 제안한 것은 이 같은 일본 속내를 보여주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가이드라인 개정을 항구적인 자위대 해외 파병법 제정 등에 연결하려 하고 있으며, 6월 미일 정상회담에서 새로운 미일 안보공동선언을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동의를 얻지 못한 채 미국에 최종 합의해 준 일본 정부는 재편 계획의 충실한 이행을 위해 지자체 설득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기지 재편 합의 소식에 오키나와현과 가나가와현, 이와쿠니시 등 해당 지자체는 시간에 쫓겨 지역 설득을 생략한 일본 정부에 대해 국민을 무시한다며 분노했다.
일본측이 부담할 거액의 재편 경비도 불씨로 남았다. 리처드 롤리스 미 국방부 아시아ㆍ태평양지역 담당 부차관은 지난달 25일 일본측 총 부담액을 260억달러(24조4,400억원)라고 일방적으로 발표해 일본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오키나와 미 해병대의 괌 이전 비용 102억7,000만달러 중 59%에 달하는 60억9,000만달러를 부담하기로 약속한 일본으로서는 나머지 이전비용을 쉽게 양보할 사안이 아니다.
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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