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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사슴, 차·콩밭 쑥대밭으로… 분묘까지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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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사슴, 차·콩밭 쑥대밭으로… 분묘까지 훼손

입력
2006.05.0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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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 때문에 이렇게 가슴을 치게 될 줄 누가 알았나요?”

나비의 고장 전남 함평군이 ‘친환경 지자체’ 홍보를 위해 방사한 사슴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천적이 없는 탓에 사슴 개체수가 크게 늘면서 인근 논ㆍ밭에 막대한 피해를 끼치고 있기 때문이다. 참다 못한 함평군이 수렵에 나섰지만 잡기는커녕 오히려 총소리에 놀란 가축들이 유산하는 바람에 보상금만 물어주는 ‘험한 꼴’까지 당하고 있다.

함평군이 함평읍 기산봉(해발 147㎙) 12만평에 꽃사슴을 방사한 것은 지난 1999년 12월. 군수, 군의회의장, 경찰서장 등 5개 기관장들이 정례모임을 갖던 중 친환경 고장임을 홍보하기 위해 꽃사슴을 도입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이들 기관장들은 각 기관을 대표하는 뜻으로 꽃사슴 5마리(암컷 4마리)를 사비를 털어 구입해 도심공원 역할을 하는 기산봉에 방사했다.

하지만 군민들과 나비 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에 볼거리를 제공할 것이라던 애초 기대는 몇 달 만에 무너졌다. 한겨울 먹이를 얻지 못한 사슴은 인근 관음사 입구로 내려와 녹차밭과 농작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워 농가에 큰 피해를 입혔다. 이에 군은 140만원을 들여 관음사 입구 도로변에 1㎞ 길이의 철조망을 치는 등 해마다 민원발생 지역에 보호망을 친 것이 벌써 3㎞, 액수로만 3,500만원에 달했다. 보상차원으로 비닐하우스를 지어 주는 데 든 비용도 1,500만원이나 됐다.

그러나 농작물에 맛을 들인 20여 마리의 사슴들에게 철조망은 장애가 아니었다. 야음을 틈타 내려온 사슴들은 콩밭, 차밭 등을 쑥대밭으로 만들었고 분묘 10여기도 훼손했다. 해마다 피해가 늘자 참다 못한 군은 올해 2월 꽃사슴 일제 소탕령을 내리고 엽사 5명을 동원했다. 하지만 낮에 숨고 밤에 활동하는 사슴을 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루 꼬박 작전을 펼쳐 1마리를 사살하는 데 그쳤다.

이 사슴을 경매해 얻은 수익은 26만원. 오히려 총소리에 놀란 농가의 소가 유산하는 바람에 군은 200만원의 피해 보상금만 날렸다.

주민 김모(51)씨는 “사전 환경평가도 없이 덜컥 꽃사슴을 데려와 놓고 그 피해보상에 아까운 군비를 낭비하고 있다”면서 “사슴 방사를 결정한 기관장들중 누구 하나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이석형 함평군수는 “군이 초기에 먹이를 주는 등 관리해 행정으로 인한 피해라고 판단, 보상을 해오고 있다”면서 “사슴을 소탕할지, 관리할지 다각도로 방법을 강구중”이라고 말했다.

함평=글ㆍ사진 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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