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다. 가정의 달이 아니더라도, 가족은 언제나 소중하고 그리운 존재다. 근년 들어 가족의 의미가 더 각별해지고 있다. 한국이 초(超)저출산국이 되었기 때문이다. 왜 출산율이 하락했고, 그것이 온 나라가 법석을 떨 정도로 중대 문제가 된 걸까. 인류의 출산율 감소는 전지구적 도시화와 자본주의화의 결과로 설명된다.
농경시대에는 다산을 중시하고 기원했다. 그러나 지금은 지구 모든 곳에서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다. 도시는 농촌보다 자녀를 양육할 공간이 부족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 ‘인구는 국력이다. 출산을 장려하자’-전체주의 사회를 연상 시키기도 하는 이 슬로건은 지난해 4월 여성단체협의회의 지도자연수 주제였다. 그러나 정부가 지원하고 여성단체가 발 벗고 나서도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 세계적 현상이 된 출산율 감소
경제학자 슘페터는 도시화보다도 먼저 자본주의가 키운 개인주의와 공리주의가 가족의 삶을 변형시킨다고 보았다. 자본주의 아래서 부부는 비용효과 분석을 가족의 영역에 적용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많은 자녀를 원하지도 않고 심지어 전혀 원하지 않는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드는 희생이 아이들이 주는 기쁨보다 훨씬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1941년에 갈파한 내용이다.
현재 출산율 감소는 세계적 현상이다. 유엔인구기금은 선진국 대부분의 인구가 줄고 있고, 저개발국의 출산율도 계속 떨어지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2050년 이후는 세계 인구가 현저히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것이다. 출산율이 떨어지면 고령자는 늘고 젊은 노동인구는 줄기 때문에, 사회 경제 국방 문화 등에서 예상치 못했던 구조변화가 오게 된다. 정부가 부정적 효과를 차단하기 위해 철저히 대비하는 것은 타당하다.
선진국들도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애쓰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어느 정도 세계적 추세에 순응하는 것 또한 자연스럽지 않은가? 급격한 변화에는 순발력 있게 대응해야 하지만, 위기는 또 다른 기회를 열어 주기도 한다. 한국은 아직도 인구가 많다. 도시국가 등을 제외하면 방글라데시, 대만에 이어 세계 3위의 인구조밀국가다. 이 갑갑한 환경에서 벗어날 기회이기도 하다.
일본은 우리보다 먼저 출산율 감소를 겪었고 대책 마련에도 분주하다. 그 가운데도 인구감소를 사회적 청신호로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인구가 제로성장으로 접어들고 경제성장도 제로로 족한 상태가 된다면, 지금보다 풍류로 살아가려는 사람이 많아질 것이다. 일본에는 그런 전통이 있으며, 그런 예술적 선각자들이 있었다. 인구감소는 일본 문화를 활성화하고 수준을 높이는 플러스 요인이 될 수 있다.” (구사카 기민도 도쿄재단 회장)
“저출산과 고령화로 인한 인구감소에 따라 노동인구가 부족해진다. 그러나 고령자가 일하는 것이 당연한 현상이 되면 많은 고령자를 활용할 수 있다. 또 여성의 노동참여도 일하는 환경만 정비되면 훨씬 높아진다. 이 점은 여성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경제전문가 다카하시 스스무)
“15세기 대기근 등으로 인구가 줄자, 유럽인의 관심이 종교신앙에서 세속적 물질로 옮겨갔다. 사람들은 척박한 곳에서 경제성 있는 지역으로 이주했다. 곡물가격에 비해 임금수준이 높아져 서민도 미술품을 살 여유가 생겼다. 이런 요소가 르네상스를 탄생시켰고, 동서양의 문명적 우열을 바꿔 놓았다. 인구감소가 긍정적 예고일 수 있다.” (저술가 사카이야 다이치)
● 인구 감소가 오히려 기회될수도
일본 예를 너무 많이 든 느낌도 있지만, 우리가 출산율 문제를 지나치게 단선적으로 파악하고 대처하는 게 아닌가 하는 아쉬움도 크다. 정부가 인구감소에 대한 책임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사회 전체가 한 목소리만 내는 것도 미덥지는 않다. 저출산의 위기를 사회복지와 쾌적한 삶의 공간으로 방향전환 시키려는, 열린 사유와 탄력적 노력이 필요하다.
수석논설위원 parkr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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