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ㆍ기아차 그룹 회장의 구속 이후 검찰 수사가 정ㆍ관계와 금융계를 겨냥한 로비수사로 사실상 전환됐다.
검찰이 현대차 사건이 터지기 전 수사의 ‘본류’라고 했던 인베스투스글로벌 전 대표 김재록씨의 로비 부분도 수사가 상당 부분 진척된 것으로 알려져 조만간 로비 대상자들이 드러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특히 검찰이 지금까지 드러난 혐의 외에 김씨의 또 다른 로비 혐의를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돼 결과가 주목된다. 김씨가 투자자금을 알선해준 것으로 알려진 쎄븐마운틴은 검찰이 수사 초기에 밝힌 “현대차보다 규모가 작고 잘 알려지지 않은 기업”인 것으로 보인다.
쎄븐마운틴은 2002년부터 법정관리기업인 세양선박 황해훼리 필그림해운 한리버랜드(옛 세모유람선) KC라인 진도 등을 잇따라 인수해 업계의 기린아로 주목받았다. 이 회사 임병석 회장은 전남 영광군 출신으로 김씨와 동향이다.
쎄븐마운틴은 2004년 12월 우방 인수에 소요되는 자금 중 420억원을 우리은행의 사모펀드(우리제1호PEF)로부터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우리은행 사모펀드는 쎄븐마운틴으로부터 원금과 수익률을 보장 받아 사실상 편법 대출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거래 행태가 손실의 위험성을 감수하고 돈을 투자하는 펀드의 특성과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올 1월 김재록씨가 주도하는 인베스투스글로벌과 7,0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우리PE)를 새로 출범시켰다가 최근 김씨 사건이 터지자 결별했다.
우리은행은 또 이미 기소된 김씨의 대출청탁 혐의 2건과도 연관이 돼 있다. 검찰 수사가 진전되면 김씨와 우리은행 관계자들의 ‘특별한 관계’가 드러날 수도 있음을 가늠케 한다.
검찰은 이와 함께 현대차와 관련한 로비 수사와 비자금 사용처 수사도 본격적으로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검찰은 김재록씨의 현대차 본사 증축 인허가 로비와 관련해 서초구청과 건설교통부 관계자, 당시 증축을 담당했던 현대차 임원 등을 소환해 로비의 윤곽을 상당부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현대차의 부채탕감 로비 부분 수사 역시 41억6,000만원을 받은 전 안건회계법인 대표 김동훈씨를 최근 잇따라 불러 조사하는 등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김씨에게 로비를 받은 박상배 전 산업은행 부총재와 이성근 산은캐피탈 사장 외에 한국자산관리공사, 금융감독원 관계자의 금품수수 단서도 포착했다고 밝힌 적이 있어 사법처리 대상자가 더 늘어날 전망이다.
검찰이 1,200억원대의 현대차 비자금 사용처 수사를 본격 진행하면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은 불법 정치자금, 제3의 로비 행각이 드러날 수 있다.
검찰은 정 회장의 구속영장에 “비자금을 불법 정치자금 등의 명목으로 임의 사용했다”고 명시해 이미 몇몇 정치인에게 현대차 비자금이 건너간 정황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가 연간 70억~80억원의 비자금을 노무관리비로 썼다고 주장하는 만큼 불똥이 현대차 노조로 튈 가능성도 있다. 만약 노조 관계자가 노조 임무와 관련해 부정한 청탁을 받고 회사 비자금을 받았다면 배임수재죄로 처벌될 수 있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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