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구속 이후 현대자동차의 앞날에 대한 전망이 국내외에서 뚜렷하게 엇갈리고 있다.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하는 국제적 신용평가기관과 해외 언론들은 경영 공백에도 불구, 현대차는 곤경에 빠지지 않으며 오히려 ‘약’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반면 국내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성장 신화가 막을 내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에 투자적격 신용등급 중 최하위(BBB-) 등급을 부여하고 있는 S&P는 지난달말 정 회장 구속 직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정 회장 구속이 현대차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S&P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매출은 제품의 품질과 가격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라며 “정 회장의 법적 문제와는 무관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현대ㆍ기아차 매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해외 시장에서 정 회장 문제가 소비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확률도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S&P는 “(정 회장 구속으로) 지나치게 공격적인 확장 전략이 다소 둔화하는 것이 신용등급에 오히려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S&P와 함께 세계 양대 평가기관인 무디스도 ‘현대차와 기아차 신용등급에 즉각적으로 미치는 충격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미국의 경제 주간지인 비즈니스위크는 “현대차가 향후 5년내 세계 5대 자동차 회사로 도약하려는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이번 사태가 현대차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며, 현대차 사태는 ‘불운’으로 가장된 ‘축복’일 수도 있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위장된 축복론’은 외환위기 때 일부 외국 금융기관이 한국경제에 대해 지적했던 것과 똑 같은 논리다.
국제적 신용평가기관과 외국 언론의 예상치 못한 긍정적 평가에 대해, 국내 전문가들은 “강력한 오너십 경영을 바탕으로 하는 한국적 경영현실에 대한 이해부족 때문”이라며 상반된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증권업계의 한 전문가는 “S&P의 분석은 불과 1개월 전 ‘현대차는 도요타, 혼다에 비해 브랜드 이미지가 약한 게 취약점’이라는 분석 자료를 내놓았던 것과 180도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 회장 구속은 해외에서 현대차의 브랜드 이미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현대차의 성장세가 주춤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다른 관계자도 “최근 5년간 현대차의 고속성장 비결은 높은 환율과 외국에 비해 20% 가량 낮은 납품단가 등도 꼽히고 있지만, 주요인은 의사결정의 속도와 품질을 중시하는 정 회장의 경영스타일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신용평가회사는 회사의 성장성보다는 유동성을 중시한다”며 “정 회장 구속이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것은 5조원에 달하는 현금자산으로 부채를 상환할 능력에 영향이 없다는 것이지, 성장력이 훼손되지 않았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는다”고 덧붙였다.
조철환 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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