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전쟁이 격화되면서 은행들이 예금 유치를 위해 예금금리를 경쟁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그러나 예금이 좀처럼 늘지 않아 채권을 팔아 마련한 돈을 꿔주는 등 ‘제살깎기’양상을 보이고 있다.
1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3월 한달간 출시된 정기예금 가운데 연 4.0~5.0% 사이 금리를 주는 상품이 전체의 63.2%를 차지했다. 5.0% 이상 이자를 주는 상품도 6.8%나 돼 정기예금 가운데 연 4.0% 이상 상품의 비중이 4년 만에 처음으로 70%를 넘었다.
초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던 지난해 중반까지만 해도 정기예금 금리분포에서 연 4% 미만이 90% 이상을 차지했으며 4% 이상 상품은 극히 적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95.5%에 달하던 4% 미만 정기예금 비중이 9월에는 68.3%, 12월에는 44.3%로 떨어진데 이어 올해 3월에는 30% 아래로 밀렸다.
한은 관계자는 “은행마다 금리가 높은 특판 예금을 내놓고 우량기업들을 대상으로 고금리 예금 유치에 나서면서 정기예금 금리가 대부분 4% 이상으로 올라섰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예금보다 대출 규모가 더 빨리 늘면서 은행채 발행이 급증하고 있다. 1분기 국내 은행채 발행 규모는 모두 10조2,000억원에 달했다. 은행채는 지난해 11월 이후 매달 3조원 이상이 발행되고 있는데 지난해 월평균 은행채 발행액이 7,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증가세다. 지난해 10월말 67조8,000억원이던 은행채 발행잔액도 3월말 86조8,000억원으로 5개월 사이 19조원이나 늘어났다.
한편 1분기 은행 수신은 연초 세금납부 수요 등으로 수시입출금식 예금이 크게 줄어들면서 6조2,000억원 감소했다. 반면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은 각각 5조원과 7조3,000억원이 늘었다.
한국금융연구원 김우진 연구위원은 “올 들어 은행권의 예대율이 83% 대로 급상승했다”며 “수신감소에 따른 예대율 상승은 은행의 자산증가 속도가 둔화한다는 뜻으로 자칫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도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승자의 재앙’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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