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사립학교법 재개정 협상과 관련한 노무현 대통령의 ‘대승적 양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했다. 대통령의 주문에 여당이 정면으로 반기를 드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당혹스럽다. 당_청 갈등으로 국정이 흔들리는 사태는 없어야겠다.
노 대통령이 그제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원내대표들을 만나 “대승적 차원에서 여야가 국정에 대한 책임의식을 갖고 사학법 문제를 풀어달라”고 말한 취지는 충분히 이해가 간다.
노 대통령으로서는 시급한 법안들을 처리해야 할 국회가 사학법 재개정문제를 둘러싼 여야 대치로 장기 공전사태를 빚고 있는 데 위기감을 느꼈을 것이다. 특히 ‘3ㆍ30부동산대책 관련 법안’과 비정규직 법안, 일본의 독도 도발에 대처하기 위한 동북아재단 법안 등은 국정운영에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지만 접근방법이 적절치 못했다. 열린우리당은 사학법 개정과정에서 당의 정체성을 걸어 올인 했고 치른 대가도 컸다. 대통령이 원내대표들을 불러놓고 그렇게 간단히 거론할 사안이 아닌 것이다. 노 대통령은 대승적 양보의 내용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으나 문맥상 개정사학법의 핵심인 개방형이사제 관련 내용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열린우리당은 이를 양보하면 사학법의 근간이 흔들린다는 이유에서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이런 사태 전개가 뻔히 내다보이는데도 당청 간 사전협의 없이 원내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여당의 양보를 주문한 것은 이해가 안 된다.
그렇게 쉽게 양보를 얘기할 수 있는 것이라면 수 개월에 걸쳤던 여야 공방과 사회적 논란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이러저러한 음모론이 나도는 것도 이상할 게 없다. 그러나 5ㆍ31지방선거를 겨냥한 정략이 게재됐을지 모른다는 억측만은 사실이 아니길 바란다. 열린우리당도 선거전략 차원에서의 대통령과 각 세우기 유혹을 경계해야 한다.
비록 대통령의 접근방법이 부적절했다 해도 ‘대승적 양보’를 권유한 뜻을 살려 여와 야, 여당과 청와대가 소모적인 사학법 논란은 매듭짓는 방안 마련에 머리를 맞댈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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