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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과학전쟁' '인체시장' 권력에 탄압받는 과학vs과학이 유린하는 인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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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세상/ '과학전쟁' '인체시장' 권력에 탄압받는 과학vs과학이 유린하는 인체

입력
2006.05.03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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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체 시장

로리 앤드루스ㆍ도로시 넬킨 지음, 김명진ㆍ김병수 옮김 / 궁리 발행ㆍ1만3,800원

▲ 과학전쟁

크리스 무니 지음, 심재관 옮김 / 한얼미디어 발행ㆍ1만5,000원

권력은 이념과 정치적 목적을 위해 과학을 왜곡해 우리 몸을 서서히 좀먹어 들어가고, 과학은 자본에 포섭되거나 스스로 자본이 돼 우리 몸의 세포와 유전자까지 착취하는 시대. 지금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간 유린의 현장이다.

‘정치가 과학을 오용한다’는 건 인간 역사에서 죽 있어온, 그다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얘기다. 하지만 앞으로도 권력의 과학 개입은 그치지 않을, 과거ㆍ현재ㆍ미래진행형 현상이다. 줄기세포, 유전자 연구 등 인간 생명을 이윤의 원천으로 삼는 생명공학은 이전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차원의 일로, 제대로 된 성찰이나 관점도 정립되지 않은 상태다. ‘인간 세포주 상업화 반대!(No Human $ell Line!) vs. 불치병을 고치는 수백억 달러의 미래산업!’

‘과학전쟁’은 미국 보수 우익세력의 ‘과학 유린’을 고발한 책이다. 주로 미국 조지 W 행정부가 ‘건전과학’이라는 요상한 이름을 내세워 네오콘(신보수주의) 이데올로기나 석유산업계 등의 이해를 대변해 어떻게 과학적 데이터를 취사 선택하고, 환경이나 인간에 대한 영향을 무시했는가를 집중 조명한다.

과학과 정치가 만나는 부분을 파고 들어 온 저널리스트 크리스 무니는 미 행정부가 콘돔의 효율성이 낮다는 결과를 끌어내기 위해 과학자료를 제멋대로 첨삭했다든지(부시 행정부는 순결교육을 강조한다), 세계 최대 이산화탄소 배출국이면서도 기후변화 연구를 오용한다든가(부시 행정부는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2001년 교토의정서를 탈퇴했다) 하는 등의 예를 나열하며 ‘이념과 무지에 점령당한 과학’에 분개한다.

권력이 입맛에 맞춰 과학을 이용하는 건 남의 얘기만은 아니다. 저자도 한국어판 서문에서 ‘타산지석으로 삼아달라’고 당부한다.

그런데 ‘권력에 탄압 받는 과학은 순결한가? 권력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한가?’ 이 대목에서 ‘과학전쟁’과 ‘인체 시장’은 전선을 형성한다. ‘과학전쟁’은 줄기세포가 엄청난 ‘유용성’을 지닌 기술 분야라며 부시 행정부의 연구 ‘탄압’을 침을 튀기며 비난하는 데 그친다. “ ‘다양한 질병의 유전적 정보’를 담고 있는 줄기세포를 연구하면 발병 메커니즘을 이해할 수 있게 되는”(261쪽)데 부시 행정부가 발목을 잡는다는 것이다.

‘인체 시장’의 저자인 로리 앤드루스(미 켄트대 교수)와 도로시 넬킨(뉴욕대 교수)은 과학자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다양한 질병의 유전적 정보’에 주목해, ‘돈에 마비된 과학의 양심’을 고발한다.

생명공학 시대가 도래하면서 돼지만 인간에게 장기를 제공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혹은 동의하지 않았는데도 내 피가, 세포가, 유전자가 연구 대상이 되고, 과학자들의 돈벌이 수단이 될 가능성을 안고 살아가게 됐다. 인간의 몸은 생명공학자들의 ‘광맥’이자, ‘농장’이자, 꺼내도 꺼내도 줄지 않는 ‘화수분’이 됐다.

“수요와 공급, 계약, 교환, 보상 등 상업 용어들이 과학 언어 속에 침투하고 있다. 몸의 일부를 광물처럼 추출하고 캐내고, 작물처럼 수확한다. 신체 조직은 조달 대상이 됐다. 몸은 상품으로 탈바꿈했고 사람이 아닌 사물로 격하됐다.”(12쪽)

#1. 시애틀의 사업가 존 무어는 희귀병인 ‘털세포 백혈병’판정을 받고 7년간 치료를 받았다. 캘리포니아대 의사들은 무어에게 얘기도 하지 않고 그의 몸에서 특이한 화학물질을 뽑아 특허를 냈다. 무어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특허번호 4,438,032’라는 새 이름을 얻었다.

#2.디코드 지네틱스사는 아이슬란드 전체 인구의 유전자를 조사ㆍ저장해 상업화할 권리를 얻었고, 스위스 생명공학회사는 정보를 이용하기 위해 이 회사에 2억 달러를 냈다. 아이슬란드 국민에겐? 물론 아무것도 없다.

거의 대부분의 나라가 인간의 신체 조직이나 정보에서 얻은 유전자 정보 등을 연구자들이 소유하고 상업화 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돈에 눈 먼 과학에 의한 몸의 상품화, ‘분자 억만장자’(molecular billionaire)들을 어떻게 막을까. 이진경씨가 최근 펴낸‘미-래의 맑스주의’에서“생명이 이윤의 원천이 되는 시대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한다”고 고민한 것도 바로 그 대목과 닿아있는 것 같다.

안준현기자 dejav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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