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ㆍ기아차 그룹 회장의 구속영장에는 비자금 조성 수법 뿐만 아니라 총수 개인의 빚 변제나 경영권 승계를 위해 계열사에 부당한 피해를 주는 등 부도덕한 경영행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다.
■ 1,370억원 회삿돈 횡령 및 비자금 조성
검찰에 따르면 현대차 및 계열사가 2000년 4월 이후 조성한 비자금은 1,200억원대에 달한다.
현대차 본사가 비자금 460여억원을 만들었고, 글로비스 현대모비스 기아차 위아 등 5개사도 753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대부분이 회사 경비를 정상적으로 지출한 것처럼 허위 전표를 작성해 빼돌리는 수법을 썼고, 글로비스는 위장거래 수법을 동원했다.
이 돈은 수억 원 단위로 그룹의 비밀금고가 설치돼 있던 글로비스로 보내졌고, 이주은(구속) 글로비스 사장은 윗선의 지시가 내려오면 수시로 비자금을 정 회장 등 그룹 최고위층에 전달했다.
검찰은 “정 회장이 김동진 현대차 부회장을 통해 비자금 조성을 지시하면 김 부회장이 계열사 고위 임원진에게 지시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현대차가 이 돈을 대선자금이나 정ㆍ관계 로비자금, 총수 일가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정 회장은 현대차 해외펀드 운용에 따른 거래 차익 1,760만 달러(약 167억원)를 회사에 귀속시키지 않고 횡령했다.
정 회장은 또 현대강관 지원을 위해 영국 버진아일랜드에 설립한 NCI 펀드 청산 때 69만 달러(약 6억여원)를 횡령한 사실도 드러났다.
■ 배임 행위로 4,000억원대 회사 손실
정 회장은 현대우주항공이 금융기관에서 빌린 3,000억원 가운데 1,700억원에 대해 지급보증을 해줬다.
정 회장은 외환위기 직후 현대우주항공이 부실해져 자신의 사재로 1,700억원을 대신 갚아야 할 상황에 몰리자 1999년 8월과 2000년 4월 두 차례 걸쳐 현대차와 현대정공, 고려산업개발 등 우량 계열사에 현대우주항공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도록 지시했다.
이런 방식으로 정 회장은 자신의 빚을 말끔히 해소했지만, 계열사들은 2001년 현대우주항공이 파산함에 따라 유상증자 납입금인 3,584억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
정 회장은 또 99년 2,000억원 이상의 개인 연대보증을 서준 현대강관이 심각한 재정난을 겪고 있으나 정상적 방법으로는 유상증자를 유치하기 어렵자 말레이시아 라부안에 세운 오데마치 펀드를 통해 계열사 자금을 우회 출자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펀드에 투자한 현대차와 현대중공업은 4,600만 달러(약 437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었다고 밝혔다.
현대차는 옛 기아차 계열사인 본텍을 그룹 계열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2001년 11월 기존 주식을 대부분 무상 소각한 후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를 실시했다.
정 회장과 정의선 기아차 사장, 정 사장이 90% 지분을 가진 한국로지텍(현 글로비스)에 각각 30만주를 5,000원에 배정하는 방식이었다.
검찰은 “당시 본텍의 실제 가치는 1주당 254만원이었기 때문에 회사는 피해를 본 반면, 정 사장은 막대한 차익을 얻을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렇게 조성된 자금은 나중에 정 사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종자돈으로 사용됐다는 것이 검찰의 판단이다.
김영화 기자 yaa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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