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내 아이가 뿌연 먼지 이는 큰 길 위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채 아주 태연한 모습으로 서 있었다. 우리가 차를 멈추었지만 아이는 조금도 불안해 하는 기색 없이 꼼짝 않고 그 자리에 서 있었다…계집 아이는 우리를 빤히 쳐다보더니 미소를 지으며 손까지 흔들었다. 도로 옆에서는 황소 세 마리가 강변을 따라 걷고 있었다. 강 건너는 끝 모를 밭과 들판이었다…”
해방 직후인 1946년 일단의 소련 작가들이 북한을 방문한다. 일제 치하에서 막 독립했으나 결국 둘로 갈라진 한반도의 북쪽. 그들은 이 곳을 여행하면서 보고 들은 것을 기록했다. 이 책은 일행에 포함돼 있던 두 저자가 복원한 당시 북한의 모습이다.
이들은 공산 모국 출신답게, 공산화의 길을 걷고 있던 북한을 긍정적으로 바라본다. 김일성을 항일 무장 투쟁의 영웅으로 그리고 토지 개혁이 인민들을 살맛 나게 했다고도 기록한다. 콜레라가 번졌지만 소련 의사들이 병원을 세우고 방역 조치에 힘쓴 결과 사망자가 상대적으로 적었다고도 적고 있다.
인민들의 역동적인 이미지, 비약하는 북한 사회의 모습과 사회 문제 등이 담겨 있다. 이들은 그 곳에서 김일성은 물론, 김두봉 최승희 한설야 이기영 등 정치인 및 문화 예술인들도 만나 그들의 생각을 들어 본다.
지금 우리 시각으로 보자면 북한에 대한 지나치고 다소 맹목적인 긍정이 눈에 거슬리지만 당시 북한의 모습을 보여 주는 드문 책이다.
민병선 기자 doongs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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