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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열도 울린 '報恩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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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열도 울린 '報恩의 개'

입력
2006.05.0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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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일본 도쿄(東京) 니혼바시(日本橋)에서는 특별한 추모회가 열렸다.

주인공은 지난 3월 세상을 떠난 치료견 ‘치로리’(사진). 장내를 메운 300명에 가까운 추모객들은 치로리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하며 영정에 헌화했다. 치로리는 숨질 때 나이가 15세로 추정되는 암놈이었다.

일본에서 영화와 책으로도 소개돼 감동을 불러 일으켰던 치로리는 사연이 참 많은 개다.

1992년 여름 어느날 다른 새끼 5마리와 함께 쓰레기장에 버려진 치로리는 폐기 처분 직전에 극적으로 구조돼 새로운 삶을 살게 됐다.

인간에게 극도의 불신감을 품었던 치로리는 1년 간의 특별 훈련을 거치며 인간에게 기쁨을 주는 치료견으로 다시 태어났다.

미국에서는 50여년 전부터 활동하고 있는 치료견은 노약자나 신체부자유자, 마음의 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친구가 돼 주는 개다.

주로 양로원이나 병원 등에서 활동하면서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마음의 평화를 선사하는 역할을 한다.

치료견이 되기 위해서는 휠체어의 속도에 맞추어 걷는 법, 사람과 함께 침대에서 자는 법, 사람을 편안하게 상대하는 법 등 40개 이상의 행동 수칙을 익혀야 한다.

치료견은 의학적 효과도 인정받고 있다.

치료견과 함께 생활한 등교 거부 어린이가 학교를 다시 찾고, 앉아만 지내던 노인들이 걷게 되는 경우가 있다.

또 류머티즘으로 꼼짝하지 못했던 노인이 치료견을 쓰다듬기 위해 손을 움직이고, 항상 우울했던 사람이 웃는 얼굴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한 사례도 있다.

치로리는 치료견 중에서도 특히 사랑을 많이 받은 개였다.

왼쪽 귀가 꾸부러지고, 뒷다리가 불편한 평범한 잡종 개였지만 사람들의 닫힌 마음을 열어 준 다정한 명견이었다.

치로리와 인연을 맺었던 사람들은 인간에게 버림받았지만 인간에 의해 구출돼 사랑을 듬뿍 받은 치로리가 그 은혜를 사람들에게 다시 갚은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치로리에게 새로운 삶을 주었던 가수이자 국제치료견협회 대표인 오키 오토루씨는 추모회에서 “사람들은 내가 너를 구했다고 했지만 사실은 네가 나를 도와주었다”고 울먹였다.

거동이 불편해 추모회에 참석하지 못한 노인들은 “치로리야 정말 고맙다”“천국에서 다시 만나자”는 내용의 편지를 보내 슬픔을 같이 했다.

했다.도쿄=김철훈 특파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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