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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탈북자 홀대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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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 탈북자 홀대하는 정부

입력
2006.05.0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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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북한 김정일 체제를 비판하려면 정부 눈치를 봐야 한다.” 지난 주에 열린 북한인권주간에 참석키 위해 미 워싱턴에 왔던 탈북자 출신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가 기자들에게 한 말이다. 탈북자들의 북한 실상 고발과 비판을 한국 정부가 달가워하지 않으며 오히려 막으려 한다는 얘기였다.

27일 미 하원 국제관계위 아ㆍ태 소위에서 진행된 ‘북한 인권 및 국제 납치 문제’청문회에서 증언대에 선 탈북ㆍ납북자들은 하나같이 한국 정부에 대한 원망을 드러냈다. 탈북 국군포로 조창호씨는 “북한에 전쟁포로가 방치돼 있는데 미국에 와서 증언하는 것이 비참하게 느껴진다”며 정부의 자세를 문제 삼았다.

탈북자들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2002년 탈북한 김한미양 가족 및 일본인 납치 피해자 요코다 메구미씨 어머니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28일 백악관 만남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주미 한국 대사관은 처음엔 제이 레프코위츠 북한인권특사가 주도한 부시 대통령의 초청을 대수롭지 않다는 듯 애써 모른 척 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다 이 행사에 가토 료조(加藤良三) 주미 일본대사는 초청을 받아 참석했는데 이태식 주미대사는 왜 초청을 받지 못했느냐는 지적이 나오자 사정이 달라졌다. 주미 대사관측은 그제서야 이 대사가 한미양 가족을 따로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겠다며 연락처를 수소문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였다.

인권문제 등에서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입장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북한과의 관계에서 시끄러운 일을 만든다는 이유로 탈북자들을 홀대하고 귀찮아 한다면 인권을 존중하는 성숙한 사회로 보기 어렵다.

또 한국에 정착한 탈북자들이 정부가 언로를 막고 있다고 느끼는 상황은 아무래도 정도가 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보다 더한 일에도 기본권인 언로는 항상 열려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고태성 워싱턴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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