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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경영권 넘보기? 현대건설 인수 길닦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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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경영권 넘보기? 현대건설 인수 길닦기?

입력
2006.05.0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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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경영권 분쟁을 둘러싼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현대상선 지분 26.68%를 전격 매입하면서 촉발된 이번 사태는 30일로 4일째 접어들었지만 ‘진실’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정몽준 의원이 대주주로 있는 현대중공업측은 ‘순수한 투자’, ‘ 적대적 인수합병(M&A)을 막아 주기 위한 의도’라는 종전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반면 현정은 회장이 이끄는 현대그룹은 ‘시동생의 난’으로 규정,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대적 M&A를 막겠다”며 대응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과연 정몽준 대주주의 진짜 의도는 뭘까.

정씨 적통 회복론

주로 현대그룹측 해석이다. 창업주인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피와 땀이 서려 있는 현대그룹을 며느리 현씨 회사에서 정씨 회사로 돌려놓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현대상선은 현대그룹 매출(6조6,766억원)의 73%를 차지하고, 현대택배(30.11%) 현대아산(36.86%) 현대증권(12.79%) 등을 거느린 최대 주주다. 따라서 현대상선 경영권을 접수하면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백기사를 자처하고 있지만 이는 말도 안 된다”고 단언하고 있다. 백기사 역할은 지분 10% 정도면 충분한데, 굳이 26.68%를 인수해 대주주가 된 의도가 뭐냐는 것이다. 결국 2년 전 KCC처럼 현씨가 장악한 현대그룹을 못마땅해 하다가 ‘현대상선 보호’를 명분으로 현대그룹 인수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KCC와 현대그룹간 경영권 분쟁이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았고, ‘정치인’ 정몽준 의원이 평소 페어플레이를 강조하며 이미지를 중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대그룹 경영권을 직접 노렸다고 보기에는 무리라는 분석도 만만치 않다.

현대건설 인수 사전정지설

현대중공업의 의도는 현대그룹보다 범현대가의 모태인 현대건설 인수에 무게가 실려있다는 견해가 나온다. 현대건설은 정 명예회장이 그룹을 일으킨 모태기업인 만큼 상징성이 크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현대그룹이 현대상선을 통해 M&A 시장에 나온 현대건설 인수를 추진하자, 현대중공업이 ‘길목 지키기’ 전법으로 태클을 걸고 나섰다는 분석이다.

실제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의 최대 주주가 된 만큼 현대그룹은 마음대로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됐다. 더욱이 현대건설은 현대상선의 지분 8.69%를 소유하고 있어 현대건설을 인수하면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자금력이 풍부한 현대중공업이 KCC와 힘을 합쳐 현대건설을 직접 인수할 수도 있다"며 "이를 통해 현대그룹 전체를 자연스럽게 접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따라서 현대중공업은 현대건설을 직접 인수하든, 현대상선이 접수하도록 내버려 두든 현대상선 최대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꽃놀이패’를 쥐게 된다. 이번 지분매입 의도가 어디에 있든, 한마디로 현대건설 인수를 위한 1단계 기초작업은 마친 셈이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지분인수는 현대그룹이 다른 세력에 휘둘리지 않도록 보호하는 동시에 대주주의 권한을 행사, 그룹을 올바로 이끌어나가겠다는 뜻”이라며 “이는 현대건설 인수 작업에도 적용된다”고 말했다.

박진용 기자 hub@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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