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결과 선의 아름다움이 살아 있는 지극히 간결한 디자인의 가구, 그리고 까만 알루미늄 소재의 젖꼭지 모양 갓을 쓴 단순하고 우아한 조명 기구. 할 수만 있다면 다 훔쳐가고 싶다. 국제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일본계 미국 작가 조지 나카시마(1905~1990)의 가구와 프랑스인 조명 디자이너 세르주 무이(1922~1988)의 작품전에 온 사람들은 그런 마음을 참아 내느라 애를 먹을 지도 모른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나카시마는 본래 건축을 전공했다. 2차 대전 중 끌려간 미국 내 일본인 강제 수용소에서 일본 전통 목공의 장인을 만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그의 가구는 단순함의 극치다. 의자, 소파, 서랍장, 책상, 탁자 모두 그렇다. 수십 년 전 작품인데도 현대적인 세련미가 행복감을 줄 정도다. 매우 실용적인 작품이기도 하다.
상처가 났거나 아픈 나무도 버리지 않고 씀으로써 나무에 제 2의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그의 철학이다. 그래서 나무를 원형 그대로 통째로 쓰고, 구멍이나 갈라진 틈 같은 흠도 없애거나 감추지 않았다. 쇠못은 하나도 쓰지 않았다. 의자의 다리나 등받이 살의 모양은 길쭉한 댓잎이나 몹시 날씬한 물고기를 닮은 유선형이다.
세르주 무이의 조명 기구 역시 지독하게 간결하고 우아하다. 하나 하나 직접 손으로 만든 것이다. 곤충의 다리를 연상시키는 까만 알루미늄 봉을 길게 빼서 램프와 연결한 기하학적 조형의 벽면 부착형도 있고, 미니멀 조각풍의 바닥에 세우는 것도 있다.
소박하지만 산뜻한 형태가 한참 동안 눈길을 붙잡는 그의 조명 기구는 나카시마 가구가 자아내는 절제된 미감과 잘 어울린다. 전시는 5월 18일까지. (02)735-8449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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