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ㆍ기아차 그룹 회장의 구속영장 실질심사는 28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서울중앙지법 319호 법정에서 비공개로 열렸다. 이종석 영장담당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심사에 정 회장 측 변호인은 6명이나 나와 번갈아가며 변론에 나서 예상보다 심사 시간이 길어졌다. 검찰에서는 검사 2명이 나왔지만 범죄 사실과 구속의 필요성을 간단히 밝혔을 뿐 실질심사 대부분은 변호인들의 변론이 차지했다.
검찰은 정 회장이 기업의 총책임자인데다가 횡령 및 배임 액수가 크고, 불구속할 경우 비자금 조성과 관련된 임원들과 말을 맞춰 증거를 인멸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 회장 측은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몰랐다”, “기억나지 않는다”며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회장 변호를 맡은 김재진 변호사는 “정 회장은 법정에서 (비자금 조성 등은) 대부분 임원들이 처리해 구체적인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정 회장측은 검찰이 제기한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에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일 때도 미국과 중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사실에 비추어 도주 우려가 없으며, 한 달간의 수사와 현대차 본사 압수수색을 통해 검찰이 이미 객관적 자료를 확보한 만큼 증거인멸의 우려는 없다는 것이다.
정 회장측은 대기업 총수가 구속될 경우 국가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 정 회장이 수사로 인한 불면증과 고혈압 등으로 건강 상태가 좋지 않다는 점도 부각시켰다. 실질심사가 열리는 동안 정 회장의 주치의를 법정에 대기시키기도 했다.
법정에 나온 정 회장의 변호인은 부산고법원장 출신 김재진 변호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출신 김덕진 변호사, 대법원 재판연구관 출신 박순성 변호사, 대검 중수부 검사 출신 이병석 변호사 등이었다. 변호인측은 “구속되면 보석을 신청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구속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대한민국의 비극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용훈 부사장 등 현대ㆍ기아차 그룹 임직원 50여명은 심사가 시작되기 2시간 전인 오전 8시부터 법원에 나와 동향을 살폈고 실질심사가 진행되는 동안 법정 앞을 지켰다.
최영윤 기자 daln6p@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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