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영화는 대중과 타협한 결과물이 아니라, 그것이 전부라고 생각한다. 그게 내가 다양한 영화를 제작하는 이유다.”
EBS가 지난달 타계한 한국 영화계의 거목, 고 신상옥 감독의 미공개 인터뷰를 담은 추모 특집 다큐멘터리 ‘거장 신상옥, 영화를 말하다’가 6일 오후 8시30분부터 90분간 방송된다.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인터뷰는 EBS가 고인 사후에 방송키로 하고, 2001년 11월 16일 고인의 분당 자택에서 진행한 것이다.
프로그램은 한국 영화사상 처음으로 컬러 시네마스코프를 시도한 ‘성춘향’과 한국 최초의 동시 녹음작인 ‘연산군’ 등을 통해 항상 ‘최초’란 수식어를 몰고 다녔던 고인의 영화 인생, 납북에서 탈북에 이르는 파란만장한 인생담 등을 생생한 육성을 통해 들려 준다.
신 감독은 인터뷰에서 “영화를 좋아했지만 직접 영화 공부를 하기 어려워 어린 시절부터 좋아하던 미술 공부를 하기로 하고 일본의 도쿄미술전문학교를 다니다 귀국해 영화를 시작했다”고 영화 입문 과정을 소개했다. 그는 “처음에는 영화에 대해 몰랐으므로 영화계로 이끌어 준 최인규 감독의 요구대로 세트를 만드는 미술 감독 일을 했다”며 “회화를 공부한 게 영화를 만들 때 상당히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신 감독은 제작, 감독, 배우, 음악을 모두 직접 맡은 찰리 채플린을 가장 이상적인 영화 예술가형으로 꼽고, 채플린의 ‘모던 타임즈’를 “신랄한 사회 비판을 하면서도 재미를 주는 가장 이상적인 영화 형태”라고 평가했다. 가장 존경하는 국내 영화인이라 평가한 나운규에 대해선 “흥행을 위한 작품을 많이 만들었지만 그는 특별한 영화인”이라며 “‘아리랑’은 작가 정신이 대단한 작품”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배우를 누구로 결정하느냐는 그 영화의 70% 정도에 이를 정도로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감독은 대화로 교통을 정리하는 사람일 뿐, 배우의 연기를 지도해서는 안 된다”고 특유의 배우관을 밝히기도 했다.
“영화는 대중과 같이 있는 것이므로 예술성과 오락성을 겸해야 하고, 예술성이 강하면 오락성이 자연히 붙게 마련”이라고 밝힌 신 감독은 “나는 완벽한 예술을 못해서 이루지 못했지만, 예술성이 매우 뛰어난 작품이라면 흥행에도 성공할 것”이라고 담담하게 회고하기도 했다.
인터뷰를 진행한 EBS 안태근 교양문화팀장은 “한국 최초로 세계 100대 감독에 선정된 명성에도 불구하고 이렇다 할 TV 추모 방송이 없었다”며 “고인의 무수한 업적을 다시 한번 기리고자 이 프로그램을 제작했다”고 밝혔다.
박선영기자 aurevoi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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