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 정동영 의장이 ‘몽골기병론’을 접고 ‘감성 정치’에 나서는 걸까.
2ㆍ18 전당대회에서 당 의장으로 선출된 뒤 전국을 누비며 지방선거에 총력을 기울여온 정 의장의 공세적인 정치행보에 변화가 엿보인다. 17대 총선 당시 황색 돌풍을 재연하겠다며 신(新) 몽골기병론의 깃발을 들고 한나라당과의 정면대결도 마다하지 않던 그가 27일 지방선거 정강ㆍ정책 방송연설에서는 “국민 여러분께 엎드려 반성하고 사죄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정 의장은 이날 연설에서 “그간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충분히 보답하지 못했다”며 “겸허한 마음으로 다시 일할 테니 다시 한번 기회를 달라”고 했다. 물론 “야당이 지방권력을 독점하고 있는데 절대 독점은 절대 부패로 이어진다”며 ‘지방권력 심판론’을 거듭 강조했지만, 분명 메시지의 중심은 강도 높은 대국민 사과에 있었다.
이 같은 변화의 조짐을 의장 비서실 관계자는 ‘낙인 이론’으로 설명했다. 사회적 낙인이 전과자의 사회 복귀를 어렵게 하듯, 국민들 사이에 이미 여당의 비토층이 강고히 형성돼 있어 아무리 옳은 주장을 하고 좋은 정책을 제시해도 외면당한다는 얘기다. 그는 “근래에 특별한 악재나 실책이 없었고, 오히려 한나라당이 공천헌금 파문에 휩싸였는데도 우리당의 지지율은 회복 기미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며 “상황이 이런데 바짝 엎드리는 것 말고 달리 무슨 수가 있겠느냐”고 말했다.
당 안팎의 분석도 대체로 비슷하다. 지방선거 참패 시 대권가도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정 의장으로서는 ‘강금실-진대제 카드’가 별다른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하자 뭔가 변화를 모색해야 할 처지가 됐다는 것이다. 한 측근의원은 “최악의 경우 한두 곳을 제외하곤 시도지사 선거에서 전패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우리의 주장을 전달하고 설득하는 데 주력하기 보다는 유권자의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아 정 의장 본인도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양정대 기자 torc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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