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규제 강화 법안 저지를 위한 이민자들의 5월1일 노동절 총파업이 예정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스페인어로 미국 국가를 부르는 것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부시 대통령은 28일 “미국 국가를 부를 땐 영어로 불러야지 스페인어로 해선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백악관에서 기자들이 “불법 체류자들이 스페인어로 국가를 불러도 무방한가”라고 질문한데 대한 답변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이어 “국가 문제를 얘기할 때 중요한 것들 중 하나는 나라의 혼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라며 “미국 시민이 되길 원하는 사람이라면 영어를 배워야 하고 국가를 영어로 부르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청 노동자’프로그램 등으로 불법 체류자에게 합법적 신분 취득 기회를 허용하는 것을 옹호해 왔던 부시 대통령이지만 국가 문제에는 단호함을 보인 것이다.
이 논란은 영국의 음악제작자 애덤 키드런이 와이클리프 진, 핏불 등 유명 연예인을 동원해 “이민자들의 명예를 되찾겠다”며 스페인어로 된 미국 국가를 발표해 촉발됐다. 키드런은 ‘우리의 축가(Our Anthem)’라는 뜻의 미국 국가의 스페인어판인 ‘누에스트로 힘노(Nuestro Himno)’를 부시 대통령이 문제삼은 데 대해 “영어를 배우지 못한 사람들에게 자유의 이상 등을 이해하는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키드런은 “미국 국가도 영국의 권주가(勸酒歌)에서 멜로디를 따오지 않았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워싱턴=고태성 특파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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