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대북한 금융제재에 이어 인권압박을 강화했다. 인권상황을 비난하는 수준을 넘어 부시 대통령이 탈북자와 일본인 납북자 가족을 백악관에서 만나는 이벤트를 마련하기에 이르렀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이 인권을 짓밟는 잔혹한 사회임을 널리 알려 북한 인민의 인권과 자유를 증진시키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실제 그 의도가 마냥 순수한 것인지, 또 북한 인민의 인권과 자유에 얼마나 도움될지를 냉정하게 헤아릴 필요가 있다고 본다.
부시 대통령은 백악관 면담을 ‘취임 이래 가장 감동적 만남’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탈북 어린이와 납북 일본인 메구미의 어머니를 곁에 앉힌 데서 보듯 북한체제의 악덕을 일깨우는데 치중한 인상이다.
공교롭게도 후진타오 중국 주석의 방미와 겹친 북한인권주간 행사의 하나지만, 의회와 북한인권특사 및 국무부 지원을 받는 인권단체들이 일제히 펼친 대북한 인권공세의 하이라이트인 셈이다. 미 법원이 한국에 정착했던 북한군장교 출신 탈북자에게 정치적 망명을 허용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이런 인권공세는 달러위조 혐의를 빌미로 삼은 금융제재와 마찬가지로 북핵 6자회담 복귀를 압박하려는 선의로 볼 수도 있다. 그게 아니라도 인권문제는 어떤 정치적 고려에 앞서 부각시켜야 마땅하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미국의 인권외교는 진정으로 인권상황 변화를 꾀하기보다는 관계개선 등 현상 변화를 기피하는데 이용됐다. 6자회담이 교착된 상태에서 미국이 이견과 갈등을 부추기는 새로운 문제를 자꾸 제기하는 의도를 이렇게 보는 시각은 미국 사회에도 많다.
식량난 완화와 중국의 지원으로 북한의 형편이 나아지면서 탈북자가 줄고 인권탄압도 개선되는 기미라고 한다. 그렇다고 북한을 옹호할 것은 아니지만, 북한의 반발을 키우고 중국과 한국의 대북한 설득을 어렵게 하는 인권압박이 과연 바람직한지 의문이 커진다. 부시 행정부는 이런 의문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도 사태를 좀 더 깊이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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