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스포츠라운지] 2006 챔프 삼성 안준호 감독의 농구인생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스포츠라운지] 2006 챔프 삼성 안준호 감독의 농구인생

입력
2006.05.03 00:02
0 0

“서울 삼성 파이팅.” “감독님, 축하 드려요.” 사진 촬영 내내 행인들의 인사가 쏟아졌다. 휴대 전화가 쉴새 없이 울렸고, 인터뷰 요청이 쇄도했다. 고향 마을에는 큼직한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프로농구 플레이오프 사상 처음으로 승률 100%의 퍼펙트 우승을 이끈 서울 삼성의 안준호(50) 감독은 감격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상기된 표정이었다.

출발은 늦었다

1956년 전남 담양에서 3남4녀의 막내로 태어난 안 감독은 어머니가 48세에 얻은 늦둥이. 바로 위 누나와 11살 터울. 안 감독은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어머니 젖을 먹었다”고 했다. 그 덕분이었을까. 안 감독은 고교 입학 당시 187㎝ 95㎏의 거구였다.

광주 조선대부속중학교 졸업 후 서울 유학을 선택한 안 감독은 배재고를 지원했지만 낙방하고 광신상고에 진학, 그곳에서 처음으로 농구공을 잡았다. “늦게 시작한 농구가 너무 재미있어서 그 뒤론 농구 밖에 몰랐다.”

막둥이를 떼어놓기 싫어 유학조차 반대했던 어머니는 농구를 하는 것은 더욱 반대했다. 우승 후 가장 먼저 광주의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소식을 전했던 안 감독은 “쉰이 된 지금도 아흔 여덟의 어머니께는 그저 어린 막내아들일 뿐”이라며 웃었다.

파란만장 농구인생

출발은 늦었지만 남다른 노력을 한 끝에 선수로서 남부럽지 않은 길을 걸었다. 경희대 1학년 때부터 주전으로 뛰었고, 삼성전자에 입단했다. 82년 아시안게임 금메달도 땄다. 86년 은퇴 후 여자농구 코오롱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해 프로농구 출범을 앞둔 96년 진로(현 SK)의 창단 감독을 맡았다.

하지만 이때부터 가시밭길이 시작됐다. 98~99시즌 서장훈과 현주엽의 대표 차출로 성적이 좋지 않자 9경기 만에 지휘봉을 놓게 된 것. 안 감독은 “냉정한 해임 문화에 익숙치 않았던 터라 충격을 많이 받았다”고 회상했다.

삼성의 코치로 컴백해 2000~01시즌 우승을 일궜지만 2003년 5월 재계약에 실패했고, 캐나다 뉴브런즈윅으로 홀홀 단신 유학을 떠났다. 3개월간 컴퓨터는 물론 전화조차 사용할 수 없는 혹독한 코스를 밟으며 절치부심했다. 오클라호마대 객원코치를 거쳐 2004년 귀국해 삼성 사령탑에 올랐고, 마침내 최고의 명장으로 우뚝 섰다.

내 인생의 스페셜, 삼성

안 감독은 삼성에 대한 애착이 대단하다. 두 아들(성현, 성걸)의 이름을 삼성에서 따왔을 정도다. 특히 성현은 삼성의 ‘성’과 라이벌 현대의 ‘현’을 조합해 만든 이름. 안 감독은 “삼성은 단순한 직장이 아니다. 내 인생과 특수 관계”라고 강조했다. 코치로 백의종군한 것도 ‘삼성이었기에’ 가능했다. 첫 계약 때 연봉을 구단 측에 백지위임했던 안 감독은 조만간 있을 재계약 때도 백지위임할 생각.

지도자로서의 성공 비결에 대해서도 삼성이라는 뿌리를 꼽았다. 선수 시절 이인표 감독(현 한국농구연맹 재정위원장)으로부터 열정과 집념을, 김인건 코치(현 한국농구연맹 경기본부장)로부터 원칙과 기본기의 중요성을 배웠다는 것.

삼성만큼 그에게 특별한 것은 신앙. 독실한 기독교인으로 교회 집사인 안 감독은 우승 다음날 어김없이 교회를 찾아 감사 기도를 했다. 할 줄 아는 노래라곤 찬송가 밖에 없고, 스트레스 해소법도 독서와 기도가 전부다.

살고자 하면 죽고, 죽고자 하면 산다

올 시즌을 앞두고 경기 용인의 삼성체육관에는 안 감독이 직접 만든 대형 플래카드가 걸렸다. ‘아생즉필사, 아사즉필생(我生則必死 我死則必生)’. 유독 개성 강한 선수들이 많은 삼성이기에 팀워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 최대한 자유를 주되 그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하고, 공동의 목표를 공유하게 함으로써 모래알 같던 삼성을 하나로 모았다. 철저하게 팀 위주로 선수를 기용했다.

출전 시간 문제로 불화설이 나돌았던 서장훈을 두고 안 감독은 “진정한 MVP”라고 추켜세우면서 “누구보다 속이 탔을 거다. 100% 이해한다. 올 시즌 많이 성숙했으니 더 잘할 것”이라고 신뢰를 보였다. 이규섭에 대해서도 “식스맨 아닌 식스맨으로 힘들었을 텐데 목표를 위해 인내해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안 감독은 “5년 전 삼성이 독주를 마셨다”고 했다. 우승 후 체력 관리 실패로 이듬해 8위까지 추락했다는 것.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다시 하산해 정상을 향해 오르겠다”고 다짐한 그는 “우승에 공헌한 선수들이 소중하지만 프로는 냉정하다. 높이는 살리되 스피드도 간과하지 않을 것이다. 팀을 조율할 수 있는 선수도 필요하다”는 말로 변화를 예고했다.

김지원 기자 eddi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