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조 문화재 방화 사건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달 26일 창경궁 문정전에 화재가 발생한 데 이어 1일에도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인 경기 수원시 화성(華城ㆍ사적 제3호)의 서장대(西將臺)에서 방화사건이 일어났다.
서장대의 경우 소화전도 없었고, 야간 순찰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목조 문화재도 방화에 무력하기는 마찬가지여서 체계적이고 종합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 서장대 피해
서장대가 취객의 방화로 2층짜리 누각이 전소됐다.
1일 오전 1시35분께 팔달산 정상의 화성 서장대 누각 2층에서 안모(24ㆍ무직)씨가 자신의 속옷에 라이터로 불을 붙인 뒤 바닥에 던졌다.
불이 누각 전체로 옮겨 붙자 소방차 10대와 소방관 43명이 출동, 20분 만에 불길을 잡았으나 누각은 소실되고 말았다.
1997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서장대는 조선시대 장수가 군사들을 지휘하던 본부로 현재 평일 하루 2만여명이 관람객이 찾는다.
서장대는 목조건물인데도 흔한 소화전 하나 설치돼지 않았다.
또한 화성이 24시간 개방되는데도 화성사업소는 문화재 훼손에 대비한 야간순찰을 하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
96년에도 큰 불이 나 어렵게 복원했었는데 그 이후에도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
화성사업소는 복원에만 10억여원 이상이 들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26일 서울 종로구 창경궁 문정전에서도 최모(68)씨가 불을 질러 문정전 왼쪽 문이 타면서 400만원의 피해를 냈다. 화재 진압이 조금만 늦었으면 바로 옆 국보 26호 명정전 등 창경궁 내 국보급 문화재들이 소실될 뻔했다.
■ 문화재 관리 허술
전문가들은 문화재 관리의 이중 체계를 하루빨리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문화재청은 감독만 하고 관리는 일선 지방자치단체가 하지만 각 시ㆍ군은 비용문제로 관리를 제대로 하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강원 낙산사와 낙산사 동종이 전소한 이후 목조 문화재에 대해 대대적으로 화재방지시설 점검을 했으나 1년이 넘은 지금까지 방재시설 현황파악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문화재청은 “전국 목조 문화재 방재시설의 현황조사예산 1억원이 국회에서 최근 통과돼 연말께나 방재시스템 구축사업의 결과보고서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242점의 국가지정문화재와 504점의 지방지정문화재가 있는 경기도의 경우 일부 국보급을 제외하고는 상시 경비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목재 건물 중 민간경비회사의 도움을 받는 곳은 광주 남한산성 행궁이 유일하다.
149점의 국가지정 문화재가 산재한 경북 경주시도 불국사와 석굴암을 제외하면 상당수 불교 관련 문화유산이 화재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화개혁을 위한 시민연대’ 황평우 문화유산위원장은 “우리나라는 추운 겨울날씨 때문에 일본과 달리 목조 건물에 스프링클러 설치가 어렵다”면서 “그러나 주위 소방서와 연계, 1~2톤 규모의 소형 소방차를 상시 운영하면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대전=허택회 기자 thheo@hk.co.kr이범구기자 gogum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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