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연쇄 살인사건을 저지른 피의자가 체포되어 우리 사회에 상당한 충격을 주었다. 이번 사건의 범인은 불특정한 피해자를 대상으로 잔인한 폭력을 행사하여 8명을 살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미 우리 사회는 지난 2004년에도 주로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사건으로 말미암아 무차별적인 범죄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어 심각한 홍역을 앓은 적이 있지만, 또다시 사회에 대한 불만을 가진 사람에게 공격을 당한 것이다.
● 사회적 낙오자 분노가 폭력으로
이러한 무차별 범죄의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일은 더는 미룰 수 없는 우리 사회의 긴급한 현안이다. 경찰조사에서는 이번 사건의 사회적 원인으로 인명경시 풍조와 이기적인 자기중심주의, 그리고 부유층에 대한 막연한 반감을 지적하고 있다. 즉, 급속하게 변화하는 우리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낙오된 사람들 중의 일부는 자신의 불우한 처지와 사회부적응이 자신의 노력과 능력이 부족한 탓보다는 세상과 다른 사람의 탓으로 돌린다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기회구조와 기득권층의 지나친 욕심 때문에 자신이 차별받고 소외당하며 능력을 발휘할 기회를 봉쇄당하고 있다고 믿는 사람은 자신의 분노와 억울한 심정을 폭력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표현하기도 한다. 더군다나 반복적인 범죄행동으로 법규준수의식이 약화되고 자포자기적인 상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러한 폭력범죄를 사전에 예방하는 일은 무척 어렵다. 그리고 누가 어떠한 방법으로 폭력을 행사할지를 예측하기 어렵고, 폭력범죄의 동기와 목적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의 수사방향을 정하거나 용의자를 압축하기가 수월하지 않은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따라서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는 지능화되고 흉포화되는 폭력범죄의 희생자가 되지 않기 위해 일상생활 속에서 범죄 피해의 가능성을 최소화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문단속을 철저히 하고 범죄발생빈도가 높은 어두운 장소의 방문이나 밤늦은 시간대의 외출은 피해야 한다.
또한 지역 주민들이 범죄예방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경찰로부터 지역 내의 취약 요인들에 대한 자문을 구해서 환경을 개선하면서 범죄관련 제보와 신고를 활성화하는 등의 노력으로 지역주민의 응집력과 결속력을 강화하여 스스로 안전한 동네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그리고 가로등이나 CCTV의 설치도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 범죄 예방 함께 수사력 강화를
또한, 범인을 신속하게 체포할 수 있는 강력하고 효율적인 수사체계의 확립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를 위해 다양한 과학수사에 필요한 예산을 증액하고 일선수사관의 근무여건과 대우를 향상시키며 법의학전문가를 중시하는 제도를 마련하여야 한다. 특히, 강력범죄자에 대한 검거율을 높이기 위해 이들의 유전자정보를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서 체계적으로 수집, 관리하고 수사기관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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