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정(妖精)’은 어린이들의 영원한 친구다. ‘날마다 소원을 들어주는’ 요정이라면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요정이라고 하면 귀엽고 신비스러운 소녀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어린이들이 많다. 실제 세계의 거의 모든 민화 속에 등장하는 요정들은 인간의 모습을 닮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지만 착한 요정만 있는 것은 아니다. 자신에게 잘 해주면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답례를 하지만, 장난기가 심해 마음이 언짢으면 어린이를 유괴하거나 괴롭히기도 한다.
영국의 여류 동화작가 에디스 네즈빗(1858~1924년)이 만들어 낸 모래 요정은 어린이의 상상을 뛰어넘는 괴상한 모습의 털북숭이다. 과연 진짜 요정일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눈은 달팽이처럼 긴 뿔 끝에 달려 있었는데 망원경처럼 눈을 쏙 집어넣었다 쭉 뺄 수 있었다. 귀는 박쥐처럼 생겼고 꼭 거미의 몸통처럼 생긴 통통한 몸에는 부드럽고 빽빽한 털이 뒤덮여 있었다. 팔과 다리에도 털이 나 있고 손발은 원숭이 같았다.”
런던에 살던 다섯 남매가 시골에 있는 하얀 집에서 여름 방학을 보내게 된다. 엄마 아빠가 며칠 동안 집을 비운 사이, 다섯 남매는 집 근처 자갈 채취장에서 모래를 파고 놀다가 소원을 들어주는 모래 요정 ‘사미어드’와 마주친다. 사미어드는 괴상한 모습 만큼이나 성질도 괴퍅하다. 하루에 한 가지씩 소원을 들어주는데, 해가 지면 모든 마법은 풀려버린다.
“눈부시게 아름다워졌으면 좋겠어요.” “꿈도 꿀 수 없을 만큼 부자가 되고 싶어요.” “날아다닐 수 있는 아름다운 날개를 갖고 싶어요.” ‘지금 당장 어른이 돼 버렸으면!” 아이들은 날마다 머리를 맞대고 근사한 소원을 궁리하느라 바쁜데….
100년도 더 된 1902년에 발표된 판타지 동화이지만, 어린이를 어른과 동등한 인격체라는 관점에서 묘사한 때문인지 현실감이 느껴진다. 눈썰미 있는 초등학교 6학년생이라면 300여쪽 분량을 1시간도 안 돼 읽어 낼 정도. “모래 요정과 다섯 아이들이 펼치는 우스꽝스럽고, 때로는 아슬아슬한 모험담이 너무 재미있다”며 또 읽고 싶다며. 대상은 초등학교 4학년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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