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현대 "M&A 시도" 반발 '시동생의 난' 터지나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현대 "M&A 시도" 반발 '시동생의 난' 터지나

입력
2006.05.03 00:02
0 0

현대중공업이 27일 현대그룹의 주력사인 현대상선의 지분을 대량(26.68%) 매입한 것에 대해 현대그룹이 ‘불순한 의도’라며 즉각 경영권 방어대책 수립에 나섰다.

현대그룹측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이번 지분매집에 대해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라며 강력 반발, 이번 사태가 현대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간 경영권 분쟁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2년전 시숙인 정상영 명예회장이 이끄는 KCC와 경영권 분쟁을 벌였던 ‘시숙의 난’에 이어 시동생인 현대중공업그룹 대주주 정몽준 의원과 경영권을 두고 대치하는 ‘시동생의 난’이 발생한 것이 아니냐고 관측하고 있다.

현대그룹관계자는 28일 현대중공업그룹의 예기치 않은 공격과 관련, “무척 당황스럽다”며 “이는 범현대가의 일원으로서 도의에 어긋나는 행위”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그룹측은 현대중공업그룹으로부터 뒷통수를 맞은 것 같다는 분위기다.

그룹 관계자는 특히 “정몽구 현대ㆍ기아자동차 회장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등 범현대가가 힘든 봄날을 지내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중공업이 사전예고 없이 주력사 주식을 대량 매집한 것은 이유가 어떻든 신사협정을 깬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대그룹은 이날 전인백 총괄기획본부 사장을 중심으로 긴급 대책회의 열어 현대중공업의 의도 파악에 부심했다. 현 회장도 이날 오전 예정됐던 방북 일정까지 미루며 회의를 진두지휘하는 등 긴박한 움직임을 보였다.

M&A 의도 있나

현대중공업측은 현대상선 주식 매입은 조선업 호황에 따른 여유 자금을 관계ㆍ협력사에 투자하는 경영 전략의 일환이라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현대상선은 지난 30년간 현대중공업의 최대 고객사로 최근 외국인들의 적대적 M&A 위협설이 나돌아 경영 안정화를 지원하는 차원에서 실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지분 매입도 골라LNG측에서 전량을 사겠느냐고 갑자기 제의해서 이뤄진 것”이라며 “골라LNG측에서 워낙 답변 시한을 촉박하게 주는 바람에 현대그룹 측과 사전에 협의하지 못했다”고 주식 매집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측은 현대중공업이 5,000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한마디 예고도 없이 전격 매집한 것은 현대가의 적대적 M&A 의도가 숨어 있는 것으로 판단하며 경계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대중공업이 정말로 현대상선의 백기사를 하고 싶었다면 굳이 26.68%나 사들일 필요는 없었을 것”이라며 “지분 대량 매입 이전에 우리측과 충분한 논의를 거쳤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현대그룹측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현대중공업과 KCC 등 범 현대가가 힘을 모아 그룹 경영권을 다시 노리는 것 아니냐며 불안해하고 있다.

경영권 방어책 있나

현대그룹은 현대중공업 등 범 현대가의 적대적 M&A 공격을 무력화 하기 위해서는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보고 있다. 현재 현대그룹은 지주회사인 현대엘리베이터 17.16%, 홍콩 허치슨왐포아 계열의 케이프 포춘 10%, 현정은 회장 등 특수관계인 3.37%, 우리사주 2%, 기타 4.73%를 포함해 총 37.6%의 우호지분을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현대중공업 26.68%와 KCC 6.26% 등 총 32.9%를 가지고 있는 범 현대가의 경영권 개입이나 적대적 M&A를 방어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에 따라 현대그룹은 우선 중간적 위치에 있는 현대건설(8.69%)을 우호지분으로 영입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또 5월말로 예정돼 있는 3,000억원 유상증자를 통해서 지분을 늘릴 계획이다. 물론 현대중공업과 KCC도 지분 만큼 유상증자에 참여할 것으로 보이지만 유상증자의 경우 20%를 우리사주조합에 우선 배정하게 돼 있어 이를 활용해 지분율을 늘린다는 포석이다.

그러나 현대그룹이 유상증자나 자사주 매입에 투입할 자금 여력이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라는 점이 난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아직 현대중공업의 의도가 확실하게 드러나지 않은 만큼 섣불리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라 조용히 대응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송영웅기자 herosong@hk.co.kr박진용기자 hub @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