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이 권고한 ‘여당의 대승적 양보’를 열린우리당이 정면 거부했음에도 1일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은 국정 최고책임자로서의 고심을 전한 것이고, 당은 당의 입장에서 판단하는 것”이라는 원론적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번 일을 당청 갈등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도 청와대측은 가타부타 언급을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당청간 대립이 증폭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 대통령의 침묵은 여당의 태도를 용인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당청 관계와 국정운영 방식 전반에 대한 근본적 변경을 검토 중임을 암시하는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미 노 대통령은 임기 후반기 민생현안과 미래과제를 풀어가면서 ‘안전 항해’를 하기 위해선 초당적 국정운영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청와대 관계자도 “노 대통령은 부동산 대책 입법과 비정규직법 등 시급한 민생 법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여야 상생의 정치를 해야 함을 절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당에 대한 양보 종용도 이런 맥락에서 나온 것이지만, 우리당이 거부함으로써 노 대통령은 현실의 벽을 다시금 느꼈을 법 하다.
이에 따라 청와대 주변에선 지방선거가 끝난 뒤 노 대통령의 탈(脫) 정파적 국정운영이 실행에 옮겨질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노 대통령이 탈당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여당 당적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한명숙 총리와 김진표 교육부총리, 천정배 법무부 장관 등 여당 인사들이 내각의 주요 포스트를 차지하고 있는 이상 초당적 국정운영 다짐은 국민과 야당의 신뢰를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김광덕 기자 kd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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