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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대, 이 와중에 경영권 싸움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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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현대, 이 와중에 경영권 싸움이라니

입력
2006.05.0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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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준 의원이 오너로 있는 현대중공업이 27일 현대그룹의 주력회사이자 지주회사인 현대상선의 지분 26.68%를 전격적으로 매입했다. 현대중공업은 “외국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으로부터 현대상선을 보호하기 위한 백기사 역할이며 풍부한 회사 자금을 협력회사에 투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정작 현대상선은 ”백기사를 하겠다면 한마디 상의도 없이 지분을 대량 매입할 이유가 없다“라고 강하게 반박하며 경영권을 탈취하기 위한 시도로 규정하는 분위기다.

현대그룹 주장이 사실이라면 2002년 왕자의 난과 2003년 KCC그룹 정상영 회장의 현대엘리베이터 인수 시도로 빚어진 ‘숙부의 난’에 이어 현대 집안이 다시 경영권 싸움에 휘말리는 셈이어서 안타깝다. 특히 현대가의 장자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회장이 영어(囹圄)의 몸이 되는 상황에서 집안 한쪽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광경은 낯 뜨겁고 한심스럽다.

객관적으로 현대중공업의 해명은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우선 백기사는 도우려는 상대방이 부인하면 결코 백기사가 아닌 것이다. 중공업은 사전에 아무런 상의가 없다가 주식 매집 당일 일방적으로 현대상선에 통보했고, 시간을 갖고 상의하자는 요구도 일축했다고 한다.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투자한 돈이 5,600억원이 넘고, 시장 가격에 20%의 웃돈을 주고 사들인 과정을 보면 외국계 지분보유자의 제의로 갑자기 샀다는 해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시장경제에서 기업간 인수합병은 전적으로 당사자간의 문제이다. 그러나 그 과정은 떳떳하고 공정해야 한다. 인수합병 의도를 감추고 오히려 백기사를 자처한 것이라면 부도덕할 뿐 아니라 불법적인 행위다. 정몽헌 회장 사망이후 부인 현정은 회장이 갖은 역경 끝에 정상궤도에 올려놓은 현대그룹을 “정씨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가족들이 빼앗으려 한다면 국민감정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부디 현대중공업 설명대로 서로 돕고 의지하는 아름다운 현대가의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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