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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현대차위기, 검찰의 논리, 법의 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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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현대차위기, 검찰의 논리, 법의 원리

입력
2006.05.0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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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ㆍ기아차 비자금 사건을 수사중인 검찰은 정몽구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함으로써 ‘법과 경제‘ 사이에서 법을 선택했다. 지난 24일 수사를 끝내고 3일간 고심한 끝에 내린 검찰의 이런 결론은 여론과는 달랐다.

검찰이 선택한 논리는 환율하락, 유가급등 등 경제상황의 고려보다는 기업경영의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현대ㆍ기아차가 해외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글로벌 톱5‘ 메이커가 되려는 상황에서 검찰의 이번 조치는 현대차 그룹에 상당한 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룹 총수를 불구속해야 한다는 경제위기론과 구속해야 한다는 경제정의론 사이에서 검찰이 결정한 구속에 대해 우리는 그 선택이 ‘법과 원칙’에 따른 검찰의 독자적인 판단이기를 믿고 싶다.

하지만 강정구 교수의 국가보안법위반사건에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우리 헌법이 국민의 신체의 자유를 기본권으로 규정하여 이를 최대한 보장하고, 형사소송법에서는 증거인멸 및 도주의 우려가 있는 경우에만 구속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는 이유로 전임 검찰총장에게 수사 지휘권을 행사했던 것과 비교해 보면 이번 선택이 법과 원칙에 따른 판단이었는지 의문이 든다.

이번 현대차 사건에서 법무부 장관은 형사소송법의 불구속 수사 원칙에 관한 어떤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다. 이렇게 본다면 이 정부는 공안사건에는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불구속이 법이 되고, 경제사건에는 구속이 법이 되는 이중 잣대를 숨기고 있는 셈이다.

검찰의 이번 결정은 경제 양극화로 인한 서민들의 고통에 사법 양극화가 고통을 더하고 있다며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엄단해야 한다는 법무부 장관의 평소 소신에 맞는 결과가 됐다. 그래서 삼성 이건희 회장이 안기부 X파일 사건에서 대선자금 불법제공 혐의를 받았지만 무혐의처리 됐고, 두산그룹의 박용성 회장도 수백억 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혐의에도 불구속 기소됐던 것과는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유난히 귀에 맴돈다.

2004년 대검 중수부의 대선자금 수사에서 현대차가 한나라당에는 100억 원을 제공했지만, 당시 노무현 캠프에는 그 10%도 안 되는 6억 6,000만 원을 제공한 사실이 드러나 언젠가 현대차그룹에 오늘과 같은 사태가 오리라는 예견이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ㆍ기아차그룹이 이번 사건에서 총수의 구속을 면해보려는 시도는 눈물겨웠다. 삼성그룹보다 더 많은 1조 원을 사회공헌기금으로 헌납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그렇지만, 올해 초 비상경영을 이유로 협력업체에 납품가격 인하를 요구했음에도 중소 협력업체에는 부품대금을 현금으로 지급하고, 대기업 협력업체에는 부품대금의 어음상환기일을 줄이겠다고 했다.

또 협력업체와 공동으로 추진한 원가절감 성과의 절반을 협력사에 환원하겠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조치도 검찰의 소환을 앞둔 시점에서 발표돼 자발성을 의심받았고, 비자금 조성과 계열사 편법 인수, 경영권 편법 승계의 의혹 앞에 무위가 됐다.

이번 사건은 재벌이 과거와 같이 회사 돈을 내 호주머니 돈으로 생각하고 마음대로 주물러온 관행을 바로 잡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제는 재벌도 과거처럼 부정과 불법을 돈으로 감쌀 수 있다는 특권의식을 버려야 한다. 회사 회계를 투명한 유리지갑으로 만들어 국민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 위기가 올 수 있다.

검찰은 이번 수사를 통해 법 앞에는 누구도 평등하다는 원칙을 보여 줘야 한다. 검찰 발표대로 현대차그룹이 조성한 비자금 중 상당한 액수가 불법 정치자금 명목으로 사용됐다면, 앞으로 정ㆍ관계 인사에 대한 검찰수사는 불가피해 보인다. 여기서 검찰의 이번 판단이 ‘법과 원칙’에 따른 것이었는지 그 공정성을 시험받게 될 것이다.

하창우 변호사ㆍ대한변협 공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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